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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보단 ‘못본척’이 좋다/대가족 갈등 이렇게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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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보단 ‘못본척’이 좋다/대가족 갈등 이렇게 줄이자

입력
199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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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후 바로 합치기보다/따로사는 기간둬 적응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핵가족 제도에 익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대가족으로 사는걸 힘들어 하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세대간에 독립성을 지키되 의존할 부분은 적당히 존중하는 방향에서 갈등을 푸는 방법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4남매중 3남매 부부와 함께 6개월∼2년간 살다 분가시킨 이화여대 이동원(사회학과) 교수는 『너나 없이 살림을 함께 쓰고 서로의 생활 습관에 간섭하는 우리 전통 가족주의를 고수하면 대가족으로 지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80년대 초 미국가정에서의 민박 경험을 했던 이교수는 『결혼한 딸과 바로 옆집에서 사는 할머니가 딸네 집이 아무리 더러워도 부탁하지 않는 경우에는 치워주지 않는 것을 보고 독립적인 생활 보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교수도 며느리부부 사위부부와 함께 같은 집에서 살면서 각자 부부의 문제는 간섭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무리 늦게 귀가해도 어머니인 이교수가 야단치는 것이 아니라 며느리가 알아서 하도록 했다.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하더라도 못본듯이 지내는 것이 때론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체험담.

 또 서로 특별 대우를 하지도 않고 기대도 많이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원칙으로 삼았다. 『며느리나 사위는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됐지만 시간이 지나야 자연스런 가족이 된다. 새로 가족이 됐다해서 서로 지나치게 잘해주거나 기대가 많아지면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교수는 백년 손님이라는 사위에게도 씨암탉 잡아주는 식의 전통적인 장모 역할을 하지 않았다. 아들에게 하는 대로 똑같이 대하고 대신 자신도 크게 대접받기를 원하지 않았다 한다.

 고부 관계에 시달리는 남성들의 상담 전화를 많이 받는다는 아버지의 전화 대표 정송(44)씨는 『여러 세대의 가족이 잘 어울리려면 먼저 따로 살아본 뒤에 합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을 폈다. 일반적으로는 결혼직후에 함께 살다가 자녀 부부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지만 『부부 시부모 장인 장모등의 관계는 인위적인 사회관계여서 단계마다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씨의 설명. 먼저 1∼2년 따로 분가해 살면서 결혼 생활에 적응하는 준비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쯤이면 육아나 경제적 이유에서도 부모와 자녀 세대가 함께 살 필요를 느끼게 되므로 대가족으로 사는데 심리적인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다.

 정씨는 『노부모와 며느리가 각자 취미 생활이나 직업을 가져 가족관계외에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것을 찾아 부딪치는 시간을 줄이는 것도 관계를 부드럽게 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말한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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