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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은 할아버지께 공부는 엄마에게”/아이교육 역할분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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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은 할아버지께 공부는 엄마에게”/아이교육 역할분담 이렇게

입력
199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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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앞에서 따지기보다/노부모경험 존중/조심스런 의견개진을 김영화(38·주부·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씨는 아들(중2)의 성적이 자꾸 내려가는게 초저녁부터 거실TV를 틀어두는 시아버지탓만 같아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내일이 시험인데도 TV앞에 앉아있는 아들을 꾸짖으면 시어머니는 『그냥 내버려둬라. 보고싶은 것도 못보고 책상앞에 앉으면 공부가 되겠니』라며 손자를 감싸고 돈다. 갓 돌을 지난 아이의 양육을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있는 정선옥(29·회사원·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아이에게 시간에 맞춰 우유를 먹일 것을 당부하지만 시어머니는 『아이가 배고프다고 우는데 어떻게 안 줄수 있냐』며 요지부동이다.

 자녀양육을 둘러싼 신구세대의 갈등은 대가족생활에서 피하기 어려운 문제이다. 서로 다른 양육태도와 가치관을 가진 조부모와 부모가 똑같이 자녀문제에 개입하게 되면 사소한 갈등이 가족불화로 증폭되기도 한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상담소 양해경 소장은 『대부분의 노부모가 손자에 대해 허용적인 반면 부모는 자녀에게 원칙적인 편이어서 갈등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자녀가 유아인 경우에는 우유먹이는 시간, 업어주기 등 육아방법과 관련해서 갈등을 빚으며 조금 큰 경우 밥상예절이나 인사하는 것, 간식 등 생활습관과 관련한 갈등이 많다. 청소년자녀인 경우 공부가 가장 큰 갈등요인이 된다. 그는 우선 『자녀교육에 대한 서로 다른 의견은 대화를 통해 풀어나갈 것』을 권한다. 「책에는 이렇게 하는게 좋다더군요」「저는 이런 식으로 키우고 싶어요」 등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며 자녀앞에서 언성을 높여 따지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노부모가 당장 태도를 바꾸지 않더라도 은연중에 이런 말에 귀기울이게 된다는 것. 동덕여대 아동학과 정대련 교수는 『육아서적이나 최신교육정보에만 의존하려하지 말고 부모의 경험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두 자녀의 양육을 위해 친정부모와 함께 사는 그는 『조부모의 존재가 자녀가 부모로부터 받는 긴장을 해소하고 예절과 양보심을 배우는 등 성격형성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같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자녀교육에서 역할분담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공부에 관해서는 엄마가 전적으로 책임을 진다면 조부모는 생활습관이나 예절교육을 맡는 식이다. 김영화씨의 경우 최근 시부모에게 자녀성적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꺼냈다. 그는 『요즘은 TV를 당신방에서만 본다든지 아이가 공부를 하는동안 심부름을 시키지 않는 등 여러모로 도와주신다』고 기뻐한다.

 사소한 문제는 양보함으로써 가족전체의 화목을 지키는 경우도 있다. 박혜란(30·교사·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조부모가 3살된 아이에게 과자나 사탕을 주고 너무 업어주는 것이 신경쓰여 처음에는 말렸으나 더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고 말한다. 『행여라도 이가 썩는다면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면 되고 많이 업어서 다리가 휜다면 발레를 가르쳐서 교정시키면 되지만 한번 깨진 가족의 화목은 다시 봉합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때문이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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