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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파장/윤현수·한국M&A학회장(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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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적 M&A’ 파장/윤현수·한국M&A학회장(특별기고)

입력
199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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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효율기업 강제 퇴출 투명경영 감시기능 등 긍정적 효과도 철저한 구조조정만이 살길”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의 세상 바뀌는 속도를 보면 말 그대로 섬광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중 기업의 인수·합병, 즉 M&A 부문은 더욱 그러하다. 불과 10개월 전만해도 상장기업 주식의 경우 10% 초과 취득이 불가능하였는데 이제는 시간의 문제일 뿐 외국인에 대한 적대적 M&A 허용은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우선 이러한 급박한 정책 변경에는 몇가지의 동인이 있다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 시대에 있어 우리 경제의 지상과제는 단기적으로는 슬기로운 외환위기 극복이고 중장기적으로는 견고한 국제경쟁력 회복을 통한 과도한 외채구조의 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간의 선단식 무차별적인 기업경영을 지양하고 경쟁력 있는 부문에 자원을 집중하는 산업구조 조정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조정의 수단이 바로 M&A라 할 수 있으며, 기업 인수·합병의 진행 방법에 있어서도 꼭 양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한 진행에만 국한하지 않고 상대의 동의 여하에 관계없이 적대적인 방법까지, 또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까지 광범위하게 동원하여 구조조정을 꾀하겠다는게 급격히 정책을 바꾼 우리 정부의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외국인 적대적 M&A의 허용은 국내기업들의 현재 자금사정으로는 신속한 구조조정이 난망하다는 점과 한계기업 정리로 대기업 구조조정의 바람을 피하겠다는 일부 재벌의 소극적인 태도가 그 시행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적대적 M&A는 일부 세력에 의한 주식시장 조작외에도 기업의 방어비용을 증대시키고, 또 실제 적대적 인수 시도가 발생할 시에는 자금력이 취약한 국내기업은 강제로 탈취당할 수밖에 없다는 등 우려할 점이 많다. 즉 이는 종국적으로 외국자본의 국내시장 영구적 잠식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측면과 함께 긍정적인 면도 만만찮다. 그 긍정적 효과는 적대적 M&A가 일어나는 근본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적대적 기업사냥의 대상은 비효율적 기업이다. 이렇게 취약한 기업에 대해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능력을 가진 기업이 인수를 시도한다는 점에서 보면 결국 비효율적 기업을 시장에서 강제퇴출 시키고 기업과 산업의 전체적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염매 행위를 일삼는 기업, 즉 회사 자산을 대주주가 개인적으로 부당하게 포탈하거나 헐값으로 처분하는 기업이 특히 사냥감이 될 확률이 높으므로 이 제도는 투명한 경영을 감시하는 기능을 제공할 것이다. 한편 적대적 기업인수 시도때는 그간 소외되었던 소액주주들이 지분경쟁시 반영되는 주가상승의 프리미엄을 대주주와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명분도 있다.

 그러나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기업인수가 일반이 우려하는 것처럼 무차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한국기업과 외국기업간의 현격한 기업문화 차이가 여러 부작용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외국기업이 확실한 보장책 없이 무차별적인 적대적 인수를 강행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M&A 시장의 존재는 우리 증권시장에 탄력과 긴장감을 야기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특히 대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기업의 경우 이에 대한 철저한 방어책이 필요할 것이다.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는 크게 실제 상황이 발생했을때 대응하는 방어와 사전 예방 조치적 방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지분 매입경쟁으로 상당한 비용부담을 요구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정관의 개정과 금융공학의 연계로 소액의 방어비용으로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양한 방어 장벽의 설치가 훨씬 높은 매매가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대기업들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M&A 전문가의 조언하에 즉각적인 대응을 펼칠 것이 요구된다.

 IMF시대의 국가경제 위기라는 경영환경의 혁명적 변화에서 정말 우리기업들, 특히 대기업들의 발빠른 변신이 절실히 요망된다. 아울러 외국인 적대적 M&A 시장의 형성은 그간 우리 기업들이 고쳐야 함에도 고치지 못한 잘못된 경영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감시 기능을 창출할 것이다. 이제 정말 「마누라까지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임을 우리 재벌그룹은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우유부단한 구조조정 노력은 향후 대기업 환경변화에 있어 더 세찬 제도개편과 함께 더욱 심한 IMF 한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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