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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일생 여 사형수 끝내 형장의 이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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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의 일생 여 사형수 끝내 형장의 이슬로…

입력
1998.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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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살인… 종교회개… 교황 등 사면탄원/남녀 곡괭이살해 터커/미 텍사스사면위 감형기각 미 텍사스주 여사형수 칼라 페이 터커(38)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됐다.

 사형집행일을 하루 앞둔 2일 텍사스주 사면위원회는 터커의 감형 청원을 기각했다. 또 사형집행 연기 요청도 묵살함에 따라 터커는 3일 하오 6시(한국시간 4일 상오 8시) 예정대로 사형장으로 끌려가게 됐다. 마지막 남은 희망은 연방대법원에 제기한 상소가 받아들여지거나 주지사가 사형집행을 연기시켜주는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영화같은 극적반전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마다 수십명이 형장에서 죽어가는 미국에서 터커의 사형이 논란이 된 까닭은 여자이기 때문. 텍사스주는 97년에만 37명을 사형시켜 또다시 「사형공장」이란 악명을 떨쳤지만 1863년이래 여자가 사형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 전체로도 76년 사형제 재도입후 여자가 사형된 예는 84년 단 한 건뿐.

 터커는 또 지난달 CNN과의 인터뷰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을 통해 완전히 새 사람이 됐다』고 주장, 여론의 동정을 샀다. 여론을 움직이는데는 그의 불행했던 과거도 한몫했다. 편모 슬하에서 7학년으로 중퇴한 그는 여덟살때부터 마리화나 등 마약을 시작했고 열다섯살때부터 동거한 첫 남자와 헤어진 뒤 창녀로 전락, 감옥에 가기 전까지 섹스와 마약으로 뒤범벅된 밑바닥 삶을 살았다.

 그러나 사면위측은 터커가 저지른 범죄가 하도 끔찍해 여자라는 점은 물론 종교적 「거듭남」도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터커는 23세때인 83년 애인과 함께 마약을 복용한 상태에서 한 아파트에 침입, 동거 남녀를 곡괭이와 망치로 무참히 살해했다. 그는 범행후 『곡괭이를 내려치면서 성적 쾌감을 느꼈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려 사람들을 경악시키기도 했다. 한편 이 사건으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로 가장 유력한 차기 공화당 대통령후보인 조지 부시 2세 텍사스주지사가 곤경에 처했다. 『법대로』를 외치며 예정대로 집행할 것임을 거듭 시사했지만, 정치를 생각하면 사형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아주 무시할 수도 없는 처지. 더구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사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생각끝에 『대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에는 아무것도 밝히지 않겠다』며 공을 슬쩍 떠넘겼다.<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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