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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대의 사회적 손실/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장(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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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대의 사회적 손실/곽수일 서울대 경영대학장(아침을 열며)

입력
1998.0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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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 우리 정치권에서는 IMF구제금융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청문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난 설날을 쓸쓸히 지낸 실업자들이나 귀향하지 못한 사람들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해서 우리를 이렇게 경제적으로 어려운 구렁텅이에 빠뜨렸느냐고 고함을 치며 청문회에 동감을 표할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IMF청문회라고 하면 이번 사태로 발생된 경제적 손실을 중심으로 생각되고 있다. 즉 이번 외환위기로 인하여 도산한 기업이 한달에 5,000개가 넘고 제조업 가동율은 73% 수준으로 급락하였고 건설부문의 수주는 이미 35% 감소되었고 실업률은 3.1%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율은 금년에 마이너스로 될 수 있고 금리는 유례없이 높은 수준을 유지, 경제가 지난 30년간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고 있으니 그 원인과 책임을 청문회에서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IMF구제금융과 관련하여 경제적 비용 뿐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되고 사회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지 한번 계산해 보아야겠다. 한 예를들어 이번의 경제적 어려움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중산층을 통째로 뒤흔들어 놓고 있다.

 즉 이제까지 우리 국민의 75%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기업도산 급증과 대량 실업사태는 중산층의 숫자를 급감시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루에 200개의 기업이 도산할 경우 한개 기업이 평균 30명의 종업원을 가지고 있다면 하루에 6,000명이 실업자로 양산되는 셈이다. 또 이들 실업자 한사람 당 3명의 가족이 있다면 하루에 평균 1만8,000명이 실업자의 가족으로 분류되고 결국 한달이면 약 50만명이 실업자가구원이 되면서 중산층의 위치에 위협을 당하게 된다. 이 계산에 의하면 1년이면 약 600만명이 중산층에서 탈락하고 결국 우리 사회의 기본이 되는 중산층이 얇아짐에 따라 불안정한 사회로 변모하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

 좀 더 미시적으로 사회구성원 개개인이 지불하는 사회적 비용도 쉽게 생각해볼 수 있다. 한 예로 어느 가계에서 가장이 IMF사태로 직장을 잃는 경우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가정의 화목이 위협받게 되고 가정이라는 하나의 사회적 구성단위가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이 결과로 심한 경우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행위에서부터 범죄 증가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일어나게 된다. 또 가계의 구성원 자녀들에게도 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체적 예로 최근 환율의 급등은 외국으로 유학간 학생들의 귀국을 재촉함으로써 선진지식과 문화를 배우는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경우에는 과거에 즐기던 피아노 등 재능교육의 기회가 감소해 사회전체가 학문적, 문화적으로 발전하는 속도가 자연히 지연될 것이다. 특히 지난 몇해동안 경제성장과 더불어 여러기업들의 후원아래 다양하게 개최되던 공연예술들이 최근에는 급속하게 위축되어 예술분야도 후퇴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또한 앞으로 기업의 도산이 늘고 실업자의 숫자가 늘수록 빈부 격차는 더욱 커지고 부익부 빈익빈의 상황이 사회적 위화감을 증대시켜 우리 사회가 가지던 장점중의 하나인 일체감을 파괴할 것이다. 이와같이 사회전체에서 중산층이라 느끼는 계층이 감소하고 가정의 화목과 발전이 위협받고 예술분야가 후퇴하는 경우 사회적 비용은 경제적 비용에 못지않게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이번 청문회에서는 외환위기가 국가경영체제의 어떤 하자 때문에 생겼는지, 또 어느 외국교수의 이야기대로 금융시스템감독에 실패한 게으른 정부에 원인이 있는지를 규명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우리가 입은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위에서 논의된 사회적 비용도 반드시 염두에 두고 원인과 책임을 규명해야 하겠다. 사회적 비용이 커지고 위기가 증대되는 경우 역사적으로는 독재나 혁명등의 사회적 변혁이 있었음을 얼마든지 엿볼 수 있다.

 아직까지는 우리의 경우 쓸쓸한 설날을 보내는 정도의 비용을 치르고 있다. 앞으로 IMF청문회에서는 경제적 비용과 책임만 규명할 것이 아니고 반드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책과 정책도 개발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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