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대차관계 등 통해/기업주 사금고 채우고/정·관계 로비자금 활용비자금은 기업회계를 가장 어지럽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주들은 주식지분만큼 이익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분식회계를 통해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에 로비를 하거나 주머니를 채운다. 따라서 비자금 조성을 막는 것이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하고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는 지름길의 하나라는데 누구도 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비자금을 조성하는 방법은 셀 수 없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어렵다.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원가나 비용을 「뻥튀기」하는 것. 기업은 거래 업체로부터 1억원짜리 장비를 구입하면서 2억원의 세금계산서를 끊는다. 그럴 경우 나머지 1억원은 쉽게 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도급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 『심할 경우 원가의 5배에 이르는 계산서를 끊어달라고 요구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계산서를 끊어주지만 결국은 우리도 부실회계가 될 수 밖에 없어요』
구입하지도 않은 공사자재비를 장부상으로만 허위기재하는 방법도 쓰인다. 장부에는 기록이 되어있는데 창고에는 재고가 없는 희귀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피혁업체인 S사의 한 관계자. 『통상 원자재를 구입할때 자재비를 과다계상해 차액을 빼돌리는데 이 차액은 사장이 직접 가져갑니다. 자재비의 1∼2% 정도는 꾸준히 빼돌릴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10%까지도 가능하지요. 우리회사 매출액 200억원중 사장이 10억원정도는 빼돌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공사장 노무자 숫자를 중복계상, 인건비를 부풀린 뒤 차액을 비자금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흔하다. 일당이 5만원 이하면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므로 세무서에서 잡아내기도 불가능하다.
최근 부도가 난 모건설업체 지역사업본부에서 회계를 담당했던 P씨. 『노임이 한달에 두번 나가는데 한번에 최소 3억원씩은 비자금으로 조성했습니다. 한 사업소에서만 한달에 6억원정도의 비자금을 만든 셈이죠. 비자금은 절대 은행에 넣지 않습니다. 입금되는 즉시 돈을 찾아오고 수표는 현금으로 바꿉니다. 만원짜리 지폐를 포대에 가득넣은 뒤 승용차로 운반한 다음 회사 금고에 넣지요. 건설회사에는 대형금고가 필수적입니다. 돈은 다음날 어딘가로 옮겨지지만 경리직원들조차 이 돈의 행방은 정확히 모릅니다』
아예 사장이 회사에 돈을 빌려준 것으로 허위 차용증을 작성하고 회사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허위 대차관계를 맺고 지급이자를 받아먹는 방식이 널리 통용된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으로 기업주들은 자기 재산을 불려나간다.
비자금의 일부는 정치권 인사나 관공서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쓰인다. 또 회계처리를 하기 힘든 회사내 각종 관리비, 사원 위무금, 접대비, 지역행사 지원금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조재우 기자>조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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