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계 “매출·순익 뻥튀기땐 돈 빌릴 생각마라” IMF 회계한파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계가 한국의 불투명한 회계관행에 불만을 표시하며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시행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편법과 조작으로 얼룩진 엉터리 기업회계로는 더이상 IMF 시대를 버텨나가기 힘들게 됐다.
한국의 기업회계에 대한 외국 금융사들의 불신감은 상당하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로 매출액과 순이익이 형편없이 부풀려져 있고 외부지원으로 연명해가는 기업도 부지기수라는 것. 외국투자사의 한 기업분석가는 『회계감사 보고서만 봐서는 기업의 실태를 전혀 알 수가 없다』며 『회계장부가 조작돼 있는데 어떻게 한국기업에 믿고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외국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부실한 회계관행의 근본적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회계개혁의 핵심현안은 결합재무제표 작성. 재벌기업의 전계열사를 하나의 회계단위로 묶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업이 받을 타격은 상당하다. 먼저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모두 드러나 매출액이 30∼40%나 급감하게 된다. 과대포장된 기업의 거품이 대폭 빠지는 것이다. 매출감소로 인해 순이익도 40∼50%정도 감소하고 매출 부풀리기를 위한 위장계열사나 수출흡수용으로 설립된 해외자회사도 존립기반을 잃게 될 것이다.
기업 부채비율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관계사간 상호출자액이 자본에서 제외되므로 부채비율이 현재보다 최고 5배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들은 신인도 하락으로 자금조달 자체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재계판도 변화도 불가피하다. 거품을 뺀 진정한 기업규모가 드러나면서 재벌의 순위와 위상이 크게 뒤바뀌고 기업의 옥석여부가 확연히 가려진다. 그룹전체의 건전성을 위협하는 부실 계열사는 그룹에서 분리되거나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재벌의 대대적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다. 상호지급보증이 금지되면 재벌그룹 자체가 해체될 가능성마저 있다.
편법과 분식회계로 버텨온 기업들은 엄격한 회계처리로 더이상 발붙일 곳을 잃게 될 것이다. 회계투명성이 기업생존의 필수조건이 된다는 의미다. 신용평가기관의 한 관계자는 『한번 부실회계로 눈밖에 나면 외국투자자나 금융기관들이 더이상 신뢰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회계투명성이 없으면 앞으로는 돈 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배성규 기자>배성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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