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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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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은 3·1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됐던 대한 독립선언(1919년 2월1일) 79주년이었다.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보훈처장 광복회장 등 관계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식이 열렸다. 다른 모든 행사가 그렇듯 이 기념식도 만세삼창으로 끝났다. ◆만세는 축복과 번영을 기원하는 말인데, 불어의 브라보(Bravo), 러시아어의 우라(Ura) 등이 비슷한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만세란 말을 오랫동안 감히 쓰지 못했다. 황제나 천자에 대한 경칭이었기 때문이다. 고려때 국왕이 만세를 부른 일을 원나라 사신이 방자하다고 질책했고, 조선시대에는 모든 조정의식에서 천세를 불렀다. ◆1897년 10월 황제로 즉위한 고종이 원구단에서 천제를 지낸 뒤에야 만세를 불렀다. 당당하게 대한제국을 선포한 마당이니 만세를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얼마 안가 일제시대가 시작되자 모든 의식이나 행사에 만세삼창이 등장해 광복 반세기가 넘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만세삼창은 1889년 메이지(명치)헌법 선포식장에서 처음 등장한 일본의 의식관행이다. 당시 도쿄(동경)제국대학 와타가키(화전원겸삼) 박사가 『한번만 부르면 경축분위기에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 「만세 만만세」하고 세번 부르기를 제안해 채택됐다』고 회고한 것이 1909년 2월 11일자 호치(보지)신문에 보도됐었다. ◆정부는 아직 모든 민관행사에서 만세삼창을 부르는 유래와 근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정부수립 50주년이고 곧 3·1절도 돌아온다. 일제의 잔재일지도 모를 만세삼창을 그대로 두어도 좋을 것인지 깊이 따져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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