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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사의 계절’/실업률 10년만에 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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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생사의 계절’/실업률 10년만에 3%대

입력
1998.0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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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개념 옛말/실업급여신청 10배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출범이후 우리 사회를 「집단 우울증」에 빠뜨린 최대의 요인은 실업자 급증이다. 실업률이 10년만에 처음으로 3%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하루평균 170명선에 그쳤던 실업급여 신청자가 올들어서는 하루 1,700여명으로 10배나 폭증했다. 올 실업자수는 최소 80만명에서 최대 150만명까지 추산되고 블루칼라보다는 화이트칼라의 비율이 크다는 분석이다.

 구조조정을 위한 무더기 해고와 기업의 부도 도산이 잇따르면서 한집 건너마다 실업자가 생겨나고 있고, 아직까지 「무사」한 직장인들도 하루하루를 감원공포에 떨고 있다. 평생직장 개념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직장인들의 목표는 승진이나 업무성취보다 「살아남기」 그 자체가 돼버렸다.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이 5인이상 사업장 근로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6.6%가 「올해중 현 직장을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고, 39.7%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 감원계획이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4명중 3명은 감원보다 차라리 임금삭감이 낫다고 응답했다.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대낮에 거리를 배회하는 「IMF 방랑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런 실직으로 집안에 머무는데 익숙하지 못해 혼자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 기원 공원 공공도서관 등을 배회하며 남몰래 하루를 보내고 있다. 「언제나 휴일」이란 뜻에서 서로를 「EH(Everyday Holiday)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들어 북한산 관악산 등에는 평일에도 갈 곳 잃은 중년 신사들이 줄을 잇고 있어 직장인들사이 「산에서 만나지 맙시다」라는 인사말이 유행할 정도가 됐다.

 직장에서는 해고 우선순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맞벌이 또는 결혼사실마저 숨기는 근로자가 늘고 있고, 갑작스런 실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자격증 따기 붐도 일고 있다.

 또 실직으로 인한 파혼·이혼소송까지 잇따르는가 하면 취업대란을 피해 휴학하는 대학생, 장기복무를 자원하는 군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수십년 계속되어 온 생활패턴이 급격히,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남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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