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안을 해소하자면 외국 돈이 들어와야 하고, 국제자본을 유인하자면 고금리가 필수요건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주장에는 논리상 이의제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 여파로 무수한 기업이 도산하고 수출이 안돼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게 된다면 무엇으로 빚을 받아 가겠는가라는 물음에도 IMF측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부는 1일 내한한 휴버트 나이스 IMF 실무협의단장과 고금리 조정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욕 외채협상 타결에 따라 외환위기가 어느 정도 진정됐고, 증권시장에 해외자본의 유입이 활발해졌으니 처음의 고금리 수준을 좀 낮춰도 좋을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 우리 정부측의 논거다.
IMF와의 최초합의서에 명시됐던 30% 금리는 지난달 수정합의서에서 삭제되기는 했지만, 그것은 재확인 절차를 생략한 것일 뿐, 금리목표 인하를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이같은 IMF의 입장은 아직 변화할 낌새가 없다. 외채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미국의회의 아시아 금융위기 청문회가 계속되고 있고, G7 중심의 80억달러 융자도 최종결정이 미뤄지고 있으니, 금리수준을 낮추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IMF측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IMF 구제금융은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다. IMF의 존립 명분은 제쳐두고, 해당국 국민이야 죽든 말든 돈 빌려준 선진국 금융기관 빚만 받아내게 하면 그만이라는 얘기가 아니냐는 비난에 IMF는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채무자의 분수를 모르고 말도 안되는 생떼를 쓰고 있다고 무시해 버린다 해서 그대로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IMF가 기준으로 삼고 있는 콜금리는 현재 시장거래금리가 25%까지 떨어져 있다. 적어도 이 수준까지는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IMF는 숨통을 터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지금 우리 금융시장의 초고금리는 IMF가 금리목표를 설사 하향조정한다고 해도 해결되기 어렵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정부가 예금을 무차별적으로 보장해 준 탓에 높은 금리는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금융논리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살아남기 위해 예금을 최대한 유치해야 하고, 그러자면 고수익 상품을 팔지 않을 수 없는데, 마침 정부가 단기신탁을 시중은행에 허용함으로써 수십조원의 예금이 고금리상품을 좇아 이동하는 혼란을 빚고 있다. 수신금리가 높아지면 대출금리가 따라서 높아지는 것은 뻔한 일이고, 이렇게 턱없이 높아진 금리로는 기업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
기업의 무수한 흑자도산과 무고한 대량실업의 행렬을 끊자면 어떻게든 금리를 낮춰 보려는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 금융기관 구조조정시기를 앞당겨 하루 빨리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