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약값까지도 세세한 기록/가격오른 항목엔 빨간밑줄/며느리 “절절한 교훈” 회고 이승만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리 여사(92년 작고)가 며느리와 함께 쓴 「고부 가계부」가 IMF한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근검절약의 절절한 교훈을 주고 있다.
벽안의 프란체스카 여사가 71∼81년 며느리 조혜자(56·한국부인회 부회장)씨와 함께 쓴 가계부의 74년 2월2일자 주택유지비 항목에는 「쥐약 1백40원, 쥐덫 4백60원」, 75년 10월 가계부에는 「조선호텔 보이 팁 1백원」등이 적혀있다. 가계부 곳곳의 지출항목에 몇십원이 많다.
가계부 세목 기재는 며느리가, 감수와 결산은 시어머니가 하는 식으로 10년동안 10여권의 고부 가계부가 만들어졌다.
며느리가 영어와 한글을 섞어 가계부를 작성해 놓으면 시어머니가 15일과 말일에 점검했다. 시어머니는 유복하게 자란 며느리에게 주택유지비, 식료품비를 비롯해 우편료 선물값 등 10개 항목으로 나눠 꼼꼼히 작성하라고 「북키핑(Book Keeping)」요령을 가르쳤다.
74년 1월 가계부에는 월 3백50원하던 신문구독료가 4백50원으로 오르자 빨간 밑줄을 그었다. 신문 5부를 보던터라 큰 지출증가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은 철저한 가계부 정리 덕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손자 2명과 관리인 등 총 7명의 74년 2월 가계살림은 수입 51만4천6백30원에 지출 51만4천4백60원으로 1백70원 흑자였다.
며느리 조씨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검소하고 꼼꼼했던 시어머니였지만 돌이켜보면 너무도 고마운 「생활의 스승」이었다』며 『시어머니가 IMF와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40년동안 단 한벌의 예복만 입고 손자들의 속옷을 누더기가 될 정도까지 기워 입힌 프란체스카여사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수필집 「내가 사랑한 여성」에서 「근검절약 정신이 투철한 서민적 퍼스트레이디」라고 회고했다.<윤순환 기자>윤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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