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10월 보고 주장에 청와대 “면책성발언” 일축 외환위기의 책임을 놓고 현 정부의 주무부처, 주요 인사들이 면피나 책임전가에만 급급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핵심인사들조차 『나는 위기를 경고했는데 다른 곳이 무시해서』라고 발뺌하는데 대해 국민은 허탈감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권영해 안기부장이 지난달 이종찬 대통령직인수위원장에 『지난해 10월 두 차례 김영삼 대통령에게 외환위기를 보고했다』고 말한 대목도 논란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물론 권부장이 의도적으로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리지는 않았으며 이위원장 주변에서 권부장의 보고내용이 흘러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권부장이 이위원장과 둘만 있는 자리일지라도 『안기부는 할 일을 했다』는 식의 보고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다.
청와대도 『그런 보고는 수없이 많았다』며 『당시 외환위기의 원인이 뭐고 정확히 어떤 대책을 세워야한다든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한다는 보고는 없었다』며 상당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현 정부의 누구도 면책성 발언을 할 때가 아니다』면서 고위공직자의 이같은 주장들이 대통령 한사람에게만 책임을 몰아가는 행태로 비쳐질 것을 우려했다.
이런 책임전가식 논란은 이번만 나왔던 게 아니다. 한국은행은 아예 지난해 3월26일 이후 23차례나 외환위기를 경고했다는 자료를 흘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한은의 외환위기 경고는 의례적 수준에 머물렀으며 이경식 한은총재조차 『10월말 실무자의 보고에서 처음으로 IMF구제금융방안이 나왔으나 이것도 여러 대안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재경원은 대통령직인수위에 외환위기 경위보고를 하면서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식의 논리만을 고집했다. 청와대 전·현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10월말 김대통령에 위기상황을 직보했다』 『김대통령이 공식라인의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등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있는 실정이다.
인수위의 지대섭 의원은 『재경원이나 한은처럼 말한다면, 나는 2년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가부도사태를 경고했다』고 꼬집었다.<손태규·이영성 기자>손태규·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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