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은 대량감원 몰려/담보위주 여신관행 한계/고금리+자금경색 이중고 금융부문은 IMF가 몰고 온 엄청난 소용돌이의 첫 타깃이 됐다. IMF구제금융신청후 2개월동안 「어떤 금융기관도 망하지 않는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상식」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었던 은행원이 가장 먼저 감원의 대상이 되었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제시한 첫번째 과제는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이에 따라 정부가 구제금융신청 하루전인 지난해 12월 2일 9개 종금사에 대해 전격적으로 업무정지조치를 내리면서 금융권에는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자금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나면서 12월5일 금융기관으로서는 사상 처음으로 업계 8위인 고려증권이, 이어 업계 4위인 동서증권이 12일 부도를 낸 데 이어 투자신탁업계 8위인 신세기투신도 19일 영업정지명령을 받았다.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낙인찍힌 종금업계는 지난달말 무려 10개 종금사에 대해 인가취소결정이 내려지면서 전체 업체의 3분의1이 사라지게 됐다. 은행권에서는 제일, 서울은행이 감자 및 정부출자를 거쳐 공개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상태이다.
보험 리스 등 여타 금융업계도 빈사상태에서 구조조정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자금이 우량금융기관으로 몰리는 「양극화」현상이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IMF 2개월동안 우리 금융시장은 「고금리+자금경색」이라는 이중고에 의해 시험받아왔다. 10%대를 유지했던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일부 금융기관은 콜 조달금리가 45%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IMF가 당초 내걸었던 「콜금리 30%이상 유지」 조건을 묵시적으로 거둬들였음에도 금리는 쉽게 내려가지 않고 있다. 고금리 경쟁까지 곁들여져 업종을 가릴 것 없이 연 이자율 20%를 넘지 않으면 얼굴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IMF가 국내 금융시장에 던져준 또 하나의 충격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BIS비율 8%」를 금융기관 건전도의 척도로 제시함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앞뒤를 안가리고 BIS비율 상향에 매달려 왔다.
IMF 2개월은 금융기관 영업행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 시중은행 영업부장은 『담보여력이 충분한 대기업들이 연달아 쓰러지면서 담보위주의 기존 여신관행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그렇다고 신용평가 능력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어서 대출에는 최대한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은경제연구소 신금덕 박사는 『현재 금융시장은 기존의 구조는 와해됐지만 새로운 구조는 나타나지 않은 아노미 상태』라고 정의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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