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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를 면하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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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를 면하자(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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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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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그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처방에 의해서만이 가능하다. 외채협상 타결로 외환 위기가 완화되기는 하였으나 이는 위기상황의 유예에 불과할 뿐, 그 본질은 여전히 내연하고 있다. 모라토리엄의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한 것일 뿐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왜곡과 거품을 제거하여 탄탄하고 내실있는 발전의 기반을 정비할 절호의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사회의 각부문에서 이루어져야 할 시스템 정비 작업에서 중요과제 중의 하나가 바로 「우물 안 개구리」 현상의 타파이다. 우물은 닫힌 곳이며, 닫힌 곳은 예외없이 어둡고 가난하고 우울하다.

 세계는 열린 체제를 향하여 변하고 있다. 열린 체제는 의외로 대단히 잔인한, 무차별적 자본주의의 모습을 띠게 될지도 모른다.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밀림의 법칙이 강요될 가능성이 있다. 그 귀결점이 어떤 모양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그 추세에 동승하지 않고서는 다음 세기 인류역사의 구심점에 설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세계 열강의 이해관계 충돌로 지각변동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동북아에 위치한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 자본 기술 자원 국내시장 등 모든 것이 부족하고 협소하여 폐쇄적 경제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나라, 그것이 바로 우리의 피할 수 없는 존재조건이다. 그런 우리가 어떻게, 무슨 배짱으로 세계에 대해 무관심할 수 있으며 그들을 외면할 수 있는가.

 우물안 개구리를 면하는 첫걸음은 바깥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것이다. 우선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하며, 이를 하나의 체계적 지식으로 꿰고 쌓아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국민 모두가 다양한 수준에서 공유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고 교육하여 전파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안타깝게도 첫번째 단계인 정보수집의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되어 있는 것도, 하고 있는 것도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전문가 한사람 찾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우리는 세계유수의 고학력국이다. 인구대비 박사학위 소지비율도 대단히 높다. 우선 이들 인력을 잘 활용하여 바깥세상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대학 연구소 기업체 등 고급인력들의 연구활동을 국외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하여야 한다. 미국 일본 등지에서 한국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의 반만이라도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학자나 연구진들 사이에 혹 이런 실용적 지식탐구가 경시되는 풍조가 있다면, 반성해야 한다. 정부는 학술활동에 대한 지원에 있어 이 분야에 대해 특별한 배려가 있어야 하며, 기업활동에 있어서도 이러한 정보와 지식의 가치는 높게 평가되어야 한다. 또한 이러한 지식과 정보는 공유되고 전파되어야 한다. 공유되지 않은 지식은 유용하지 않고, 따라서 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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