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조정/노사정위 합의 안돼도 처리 태세 이번 임시국회에서 고용조정(정리해고)의 법제화 문제라는 난제를 풀어야 할 여야의 움직임이 급류를 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일 노사정위원회의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 관계자가 3일까지 단일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국민회의와 정부의 합의안을 정부입법 형식으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여야는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 전산업 고용조정제 도입을 법제화하는 안이 제출될 경우 이를 강행처리할 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까지 노사정위에서 도출된 합의를 최대한 존중하겠다며 노사정위의 논의 결과를 기다리던 때와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진 것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물론 한나라당도 노사정위에서 막판에 극적인 합의가 도출될 수 있기를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다. 또 노사정위에서 합의만 이뤄지면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조정에 관한 여야의 입장은 대체로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전산업에 걸쳐 고용조정제를 도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국민회의측은 1월 임시국회때 금융산업 분야에서 먼저 고용조정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시도했으나 노사정위에서 합의가 안돼 금융산업구조개선법의 처리를 포기했었다. 때문에 국민회의측은 이미 실기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선 금융산업 뿐만 아니라 전산업에 걸쳐 고용조정의 법제화가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보다 적극적이어서 1월 임시국회때 근로기준법상 부칙으로 돼 있는 고용조정 유보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고용조정을 일반화하자는 구체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측도 최근 비상경제대책위에서의 협의를 거쳐 특별법 제정 대신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3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사정위가 제출할 정부안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 확실시 된다.
고용조정 제도와 마찬가지로 노동계가 법제화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도 비슷한 운명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사정위에서 막판 합의가 이뤄지면 국회 처리가 원만하겠지만 정부안이 제출될 경우, 법안을 다룰 여야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태성 기자>고태성>
◎재벌 개혁/여야·정·재계 “얽히고 설킨 이견”
기업의 구조조정, 곧 재벌개혁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정부, 재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사안별로 부처별로나 재계, 야당에서 이견이 많아 논란이 예상된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이나 정부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기업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도록 10여개 관련법률을 조기에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공정거래법의 개정은 구조조정기업에 한해 3년간 출자총액제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순수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이 경우 재벌의 경제력집중을 오히려 부추긴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상호채무보증의 경우 정부는 차입경영 억제를 위해 재벌 계열사간 채무보증을 99년말까지 완전 없애고 신규채무보증은 금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채무보증 해소시점과 대상에 대해서는 재계가 급격한 자금난을 들어 순차적 시행을 바라고 있고 한나라당도 이같은 입장에 공감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증권거래법은 의무공개매수범위를 총주식의 33%정도로 낮추고,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하는 한편 주주대표 소송에 필요한 지분한도를 1%에서 0.01%로 낮춰 소액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이 검토되고 있다. 또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결합재무제표 시행시기를 현행 2000년 회계연도에서 99년회계연도로 앞당기고, 상법은 기업분할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각각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2000년부터 자기자본의 5배가 넘는 차입금에 대해서는 손비로 인정하지 않고, 2001년에는 과다차입금의 범위를 4배이상, 2002년에는 3배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법인세법 개정도 추진되고 있다.
조세감면규제법도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시 자산양도차익에 대해 과세이연 또는 법인세 감면, 사재출연시 특별부가세 감면 등의 혜택을 주기 위해 개정될 전망이다. 세제지원과 관련, 재계는 감면을 바라고 있으나 재경원은 과세이연을 고집하고 있다. 이밖에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허용하기 위해 외자도입법을 개정, 외국인이 특정회사의 주식을 취득할 경우 33%까지는 이사회의 동의를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김당선자측에서 검토되고 있으나 정부는 여건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아직 국내기업의 경영권방어장치가 미숙하다는 것으로 재계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정부조직개편/예산·인사권 대통령직속 논란/인사청문회 등 야대위력 주목
정부조직개편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미묘하면서도 치열한 논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부조직개편위의 확정안을 공동당론으로 채택했지만, 내부적으로는 대통령과 총리의 위상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고 한나라당이 이 틈새를 공략할 태세이기 때문이다.
여야의 전선은 기획예산실과 중앙인사위의 대통령 직속화를 놓고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회의는 국가부도의 위기상황, 급박한 외환위기를 감안, 대통령의 국정통할력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 아래 기획예산실의 대통령 직속화를 고수하고 있다. 또한 중앙인사위도 중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대통령 밑에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과거 일부 부처에서 횡행한 특정학맥·특정라인의 인사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중앙인사위가 적법성심사를 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대통령 직속화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세금·국고·예산기능이 재무부에 통합돼 있다며 기획예산실의 재경부 존속을, 또 총리의 실질적인 내각통할을 위해 중앙인사위의 총리실 이관을 주장하고 있다. 대통령에 예산·인사권이 모두 집중돼서는 안된다는 권력분산론도 개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이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경제문제는 협조한다 해도 정치문제에서는 야대의 위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있다.
한나라당의 공세에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동정권을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전략도 깔려 있다. 더욱이 자민련이 내심 인사·예산권중 하나는 총리실로 이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나라당의 총리실 강화론은 경우에 따라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갈등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 실시의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공동정권 약화전략의 하나이다.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내부 균열을 막기 위해 사전조율을 철저히 할 계획이다.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는 소속의원들에게 정부조직개편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히지 말고 양당의 공동당론을 따를 것을 지시해놓고 있다.
따라서 정부조직개편 문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과 한나라당의 틈새벌리기중 어느 쪽이 강한지, 또한 여소야대 정국이 어떻게 진행될지 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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