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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값어치/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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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값어치/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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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말 도산한 야마이치(산일)증권이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1차로 지난달 30일 19개 지점을 폐쇄하고 31일에는 사원 1,990명을 해고했다. 이달 27일의 2차 정리때는 57개 지점의 문을 닫고 2,345명을 내보낸다. 마지막 3월31일의 3차 정리때는 나머지 40개 점포를 모두 폐쇄하고 약 3,000명을 해고한다. 본점과 지점에 약 7,500명, 관련회사를 포함하면 모두 1만명의 사원이 있었지만 3월말에는 청산작업에 필요한 극소수만 남게 된다. 언론은 이들이 모두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야마이치증권은 한때 증권계의 명문으로 통했고 사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약 2,600개 회사가 모두 2만3,000명분의 일자리를 제의하고 있다. 그러나 조건이 맞는 자리는 넉넉하지 못해 현재 재취업을 확정한 사원은 전체의 40%에 지나지 않는다.

 경쟁업체였던 닛코(일흥)증권이 기업 인수합병(M&A)팀을 통째로 데리고 가는 등 전문성이 높은 업무에 종사했던 사원들은 걱정이 없다. 반면 나이 먹고 전문성도 갖추지 못한 간부사원들의 주름이 깊다. 2,000만엔의 연봉을 받다가 졸지에 월29만엔의 고용보험급여로 살아가야 하는 간부들도 있다.

 5월에 일본 현지회사를 설립하는 미국 메릴린치사가 「야마이치맨」을 중심으로 약  2,000명의 사원을 채용한다는 계획에 그나마 기대를 거는 실정이다. 메릴린치는 지난 29일 설명회에서 『나이 제한은 없다. 정신적으로 젊은 사람이면 된다』고 밝혔다. 또 야마이치의 급여 수준을 보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을 그대로 믿는 야마이치맨은 별로 없는 듯하다. 미국 기업은 업적 중심의 연봉제가 기본이어서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곧 도태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요미우리(독매)신문은 이런 불안을 「개인의 기술이나 전문성보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살아 온 일본 샐러리맨의 상징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진정한 값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혹독한 진단을 내놓는 경제평론가도 있다.

 사람의 값어치까지 교환가치로 재는 「벌거벗은 자본주의」의 찬바람이 아시아 전역에 몰아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당장은 거역하기 힘들지만 다시 오고야 말 봄을 생각하면 마음만은 그런 바람에 내맡기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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