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반시설없는 준농림지 무분별 개발 우려/전면 자율화보다 건축비 현실화등 필요 IMF체제 하에서 춥고 고달프지 않은 부문이 없지만, 건설업계는 특히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업체의 난립과 방만한 경영, 취약한 재무구조와 과다한 금융비용, 경직적인 정부규제, 미분양의 누적과 원가상승 압력 등 구조적 문제들이 심화되어, 올해 500∼1,000개의 건설업체가 문닫을 것을 전망하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러한 고통이 구조조정에 그칠 것을 기대하지만 산업기반이 붕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가시지 않는다. 이 불안이 현실화 한다면 IMF를 졸업하는 몇년 후에 걷잡을 수 없는 주택가격 상승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지난달 「부동산및 건설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건설업계 지원의 맥락에서 최근 건교부는 정권인수위원회 보고를 통하여 주택분양가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후 1일부터 수도권지역에서 분양가를 자율화하기로 했다. 국토개발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규제된 분양가와 시장가격의 차이는 서울지역 25∼40%, 경기지역 10∼20%에 달하므로 그 절반만큼만 분양가가 인상된다 해도 건설업체의 수지개선효과가 크다.
분양가 규제제도의 폐지는 업계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오랫동안 제안해 온 정책방향이다. 분양가 규제로 인하여 주택건설이 위축되고 주택의 질이 저하되며, 분양가와 시장가격간의 차액이 사회적 형평성 저하나 주택과소비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논의의 실질적 대상인 수도권을 염두에 둘 때, 분양가 규제를 폐지하여 주택공급을 늘리자는 주장에는 다른 생산요소, 특히 택지공급의 애로가 없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택지가 부족하여 어차피 주택건설 물량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의 분양가 자율화는 토지소유자, 건설업체, 주택구입자 간의 이익배분만을 결정한다. 분양가 규제체제하에서는 주택구입자가 그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분양가가 자율화되면 건설업체와 택지소유자의 몫이 커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분양가 자율화는 수도권 택지공급 문제와 같이 다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데, 택지개발은 나름대로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들을 안고 있다.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준농림지역이 지정되고 여기에 일정 규모이하의 주택단지 개발이 허용된 후, 기반시설이나 토지의 합리적 이용에 대한 고려없이 아파트가 대량 건설되는 소위 난개발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분양가 자율화후의 최악의 시나리오는 건설업체들이 아무런 기반시설도 없는 준농림지역 여기저기에 일시에 많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것이다. 이런 난개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 토지이용계획제도의 개선, 개발이익 환수를 통한 기반시설 투자, 지자체의 권한과 전문성 강화 등의 대책이 종합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이들 제도개선은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들임이 분명, 그 장기적인 성격으로 인해 주택건설업체들을 살리는 현안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국 장기 정책방향에 합치하면서 택지측면의 근본적 보완조치 없이도 시행하기에 무난한 대책들이 시급히 강구되어야 한다. 분양가 규제는 전면 자율화보다 표준건축비의 대폭적인 현실화, 주택규모 및 택지공급 경로에 따른 차등적 규제완화가 바람직할 것이다. 세제와 금융측면에서도 비업무용 토지에 대한 불이익을 줄이거나 아예 없애는 등의 개선책이 가능하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수도권에 또 다른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신도시는 현행 법제도하에서도 대량의 주택을 계획적으로 건설하는 가운데 개발이익을 투자하여 기반시설을 완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분당 일산 등 기존 신도시에 대한 초기의 부정적 평가는 이들 신도시가 자리를 잡아가고 자족성이 높아짐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또 그간 축적된 경험은 새로운 신도시를 건설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 그릇된 선입견 때문에 소규모 난개발만 해왔던 안타까운 경험을 이제는 반복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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