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정책에다 금융권 과열/고리수신고리대출 악순환/기업도산 가속·가계 파탄/환율 관계없이 고착화 우려정부의 주먹구구식 금융정책과 금융권 과당경쟁이 금리안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환율안정 때까지 「한시적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 추세라면 환율이 떨어져도 금리는 좀처럼 내려가기 어려운, 고금리구조의 「고착화」가 우려된다. 한국은행 고위당국자는 『IMF 의 고금리요구는 단기시장금리를 지칭한 것이지 여수신 금리까지 연 20∼30%대를 요구한 것은 아니다』며 『환율안정에 관계없이 고금리구조가 굳어져 기업도산의 가속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시장금리인하를 가로막는 고금리상품
회사채 콜등 시장금리가 최근 하향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권 고금리경쟁은 요지부동이다.
은행권 신종적립신탁은 연 20∼24%(변동금리), 연 20%짜리 정기예금을 「확정금리」로 판매하는 곳도 많다. 이에 맞서 종금사들은 자발어음금리를 연 25%대로 인상했고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수익률도 최고 연 23∼25%로 올라갔다.
고금리 자금조달의 결과는 고금리 자금운용이다. 일반대출금리가 연 16∼18%, 당좌대출금리가 연 30%에 달하는 것은 은행들이 고금리예금의 수지부담을 대출금리로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금금리 인하없이 대출금리는 낮아질 수 없고 결국 시장금리도 낮아지는데 한계가 있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자는 『비싼 자금을 유치한 만큼 수익률낮은 곳에는 자금을 굴릴수 없다』며 『높은 시장금리 때문에 고금리상품을 판매하는 면도 있지만 역으로 고금리 수신경쟁으로 시장금리가 떨어지지 않는 측면도 강하다』고 말했다.
●땜질식 금융정책
고금리경쟁의 주체는 금융기관이지만 그 장을 마련해준 것은 정부다.
재정경제원은 지난해말 은행신탁계정의 융통어음(CP)할인을 허용하면서 그 재원확보를 위해 6개월짜리 단기 신종적립신탁 판매를 인가했다. 은행들은 이 상품의 수익률을 무려 연 25%까지 끌어올렸고 12월15일 시판이후 이달 24일까지 40일만에 32조7,000억원의 자금이 몰려왔다. 신종적립신탁은 금융권 고금리경쟁의 진원지였다.
그러나 이달중 신탁계정이 직접할인한 CP는 2조3,000억원에 불과하다. 기업대출은 별로 늘어나지 않으면서 금리만 올려 금융자산가는 막대한 이득을, 서민가계와 기업에겐 고금리부담만 전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종적립신탁에 몰린 자금의 절반은 은행 고유계정과 제2금융권에서 이동했다. 돈이 빠져나간 고유계정과 종금사의 기업대출여력은 더욱 축소됐고 일부 보험사들은 무더기 해약사태로 붕괴위험마저 맞고 있다.
정부는 신종적립신탁의 폐해가 확산되자 뒤늦게 중도해지수수료율을 올려 예금증가를 막도록 했지만 수신경쟁이 붙은 은행들은 『기껏 상품을 만들어놓고 예금이 너무 많이 들어오자 한달만에 예금을 그만 받도록하라는 우스꽝스런 얘기』라며 정부의 수수료율 조정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금융권은 지금이라도 신종적립신탁을 폐지하거나 한도를 정하는등 고금리경쟁을 진정시킬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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