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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폐라(작품속의 여인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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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폐라(작품속의 여인들:3)

입력
1998.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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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서 매춘부까지/“사랑밖엔 난 몰라” 비운/위선·권력·배신의 덫속 남성 위한 자발적 순교자로/프리마돈나의 아리아는 여권운동가 귀엔 비명처럼…오페라는 어쩌면 프리마돈나를 위한 것. 오페라극장을 찾는 관객은 다른 어떤 주역보다 여주인공 소프라노를 보러 간다. 그는 화려한 무대에서 갈채를 받지만 대개 비극적인 운명을 맞는다. 베르디와 푸치니 등의 유명한 오페라에서 여주인공들은 상당수가 사랑 때문에 목숨을 잃거나 미치거나 자살한다. 불행한 운명에 짓밟힌 히로인이 가슴 아픈 아리아를 노래할 때 객석에선 박수와 함께 「브라바」가 터진다. 따지고 보면 괴상한 악취미다.

호머에서 셰익스피어까지 고전적인 비극의 주인공은 귀족 등 고귀한 신분이다. 그러나 오페라 여주인공의 신분은 공주에서 매춘부까지 확대된다. 19세기 파리 사교계의 고급매춘부 비올레타(「라 트라비아타」의 주인공)나 일본 기생 초초상(「나비부인」)은 둘 다 사랑 때문에 파멸한다.

사랑의 승리자 레오노레(「피델리오」)는 그런 점에서 이례적이다. 그는 용기와 지략으로 남편을 구한다. 토스카(「토스카」)는 애인의 목숨을 미끼로 자신을 범하려는 폭압자를 살해하지만 애인을 구하지 못하고 성벽에서 투신자살한다. 얼음처럼 차가운 공주 투란도트(「투란도트」)가 사랑에 마음을 여는 순간 그의 권력과 위엄은 한 남자 앞에 무너지고 만다. 위선 권력 배신 등 여러가지 덫이 여주인공들을 희생시키지만 그들은 언제나 사랑의 「자발적인」 순교자로 나온다. 「사랑=희생」이라는 여성억압적 이데올로기가 아름다운 음악 속에 음험하게 도사린 채 오페라극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당당히 맞서 싸우다 전사하는 여성이라곤 메조소프라노 역의 카르멘 정도가 있을 뿐이다. 정열적인 집시 카르멘은 담배공장 노동자다. 질투에 미친 군인 돈 호세가 사랑을 강요하자 죽음을 택한다. 카르멘은 호세의 칼에 찔려죽는다. 목숨보다 자유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세상 어디에도 발 붙일데 없고 핍박받는 존재인 집시에 밑바닥 노동자로서, 카르멘의 유일한 긍지인 자유는 그렇게 지켜진다.

「나비부인」의 초초상이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는 카르멘과 대조적이다. 게이샤(기생) 초초상은 떠나버린 미국인 남편 핑커톤을 수년간 눈이 빠지게 기다리다 그가 미국인 아내를 데리고 돌아오자 아기를 놔두고 자결한다. 초초상의 죽음은 복수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사랑의 완성법이다. 어리고 순진한 동양여성을 농락한 제국주의 군대의 군인 핑커톤에 분노하는 것은 이성적인 관객의 몫이지 초초상의 것이 아니다.

비올레타는 부잣집 아들 알프레도를 사랑하지만 집안의 명예를 염려하는 시아버지의 압력에 알프레도를 떠나 병들어 죽는다. 그러나 이 작품의 배경인 19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표현대로 「남의 정원에서 이삭줍기」, 곧 불륜이 공인된 취미로 통했다. 그런 시절에 고급매춘부와 놀 수는 있지만 결혼은 안된다는 부르주아들의 이중윤리는 위선에 불과하지만 비올레타는 거기에 순응한다.

독립된 인간으로서 여성의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오페라가 썩 즐거울리 없다. 그들에게 프리마돈나의 노래는 아름답지만 비명처럼 들린다. 오페라의 여주인공들은 끊임없이 「사랑 밖엔 난 몰라」라고 절규한다. 그러한 맹목이 그들을 망쳤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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