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30일부터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등에 대해 외환위기 관련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이날 외환위기관련 조치내역을 재경원으로부터 보고받고 국가부도 위기라는 중대한 사태까지 치닫게 된 책임을 밝히는 작업을 시작했다. 마땅히 규명되고 반드시 밝혀져야 할 역사적 과제다.감사원은 내달 28일까지 재경원 등 4개 피감기관에 대해 외환위기 경보시스템이 가동되지 못한 원인, 외환위기가 국가부도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심각성을 처음 인지한 시점, 한은 등 외부기관의 위기 경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외환위기 대응책을 건의한 시점, 국제통화기금(IMF) 자금지원 요청이 늦어진 이유 등을 다각도로 따질 계획이다.
사실 지난해 12월초 IMF 구제금융신청 이후 대다수 국민들은 당장이라도 국치를 부른 환란의 주범들을 잡아 엄히 문초해야 한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이제 뉴욕 외채협상이 그런대로 매듭지어져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되면서 사정당국이 책임규명에 나선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이다.
이번 특감은 국가부도의 위기를 몰고온 환란의 발생 원인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비록 수치스런 역사일망정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저간의 사정을 백일하에 밝혀 시비를 가리려는 일이다.
감사대상에는 어떤 성역이 있을 수 없고 용납돼서도 안된다. 수감기관과 관련자들은 자신들이 외환관련 국가 핵심업무에 종사했으며 국치를 부른 현장에서 일했다는 점만으로도 깊은 자괴감 속에서 진실 규명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변명이나 사실 왜곡·은폐, 책임 떠넘기기 등이 통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그토록 잘 나가던 우리 경제가 왜 하루 아침에 몰락했는지, 선량한 서민들이 왜 대량해고, 도산사태, 물가고, 불황의 고통과 공포에 떨게 됐는지 그 연유를 정확히 알고 싶어한다. 굳이 덧붙인다면 감사원은 이번 특감에서 냉정히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라고 충고하고자 한다. 미흡한 부분은 새 정부가 밝힌 경제청문회를 통해 특감이 확인한 자료를 토대로 충분히 가려질 것이다.
감사과정에서는 매우 섬세하고 예민한 외환·금융업무의 특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뉴욕 외채협상 타결로 최악의 위기를 간신히 벗어난 상태일뿐 여전히 마음놓을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만에 하나 특감 과정에서 수습에 지장을 주는 예상밖의 사태가 터지지 않도록 배려와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특감은 마녀사냥하듯 누구를 매도하고 처벌하자는 일이 아니며 특정정파의 잘못을 부각시켜 상대적인 당리당략을 얻게 하고자 함도 아니기 때문이다.
차제에 이번 특감은 기라성같은 고위관리 국회의원 학계 금융계 언론계인사들이 과연 국치의 발생을 어느 정도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는지 깊이 반성하고 자아비판케 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일그러진 자화상일지라도 우리는 이를 똑똑히 되짚어 후손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