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우리 시가(궐련) 한대씩 핍시다』 19일 한국 외채협상단을 위해 만찬을 낸 윌리엄 로즈(62) 씨티은행 부회장은 식사후 코냑을 마시는 자리에서 우리측 인사들에게 시가를 권했다. 그는 『시가를 1년에 한두번 피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덧붙였다. 시가는 미국인들이 일에 대한 성취감을 나타내는 상징. 21일의 협상을 앞두고 가슴 졸이던 우리 대표들사이에 이때 처음으로 낙관적 전망이 고개들기 시작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로즈 부회장은 이번 협상 상대자중 주역이다. 그가 전면에 나서 채권은행단내의 이견을 조율하지 않았더라면 협상이 자칫 물건너갈 수도 있었다. 뉴욕시 토박이로 브라운대를 나와 57년부터 씨티은행에 몸담은 그는 위기관리 특급 소방수이다. 모회사인 씨티코 그룹 부회장을 겸임하면서 그룹 중역들로 이뤄진 「윈도스 포 리스크(Windows For Risk)」라는 팀을 이끌고 있다. 특히 80년대 중남미 외환위기때 국제채권은행위원회를 구성, 이를 주도하며 국가부도 도미노를 막았다.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채권은행단 회의에서 그가 자연 중앙에 부상했다. 하지만 당시는 JP모건은행이 국채발행안으로 선수를 잡은 상황. 로즈 부회장은 중남미 사태시 채권 발행에 따른 크레디트 라인 단절 등 실패 경험을 앞세워 상업은행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높은 이자 부담을 염려한 우리측도 이달초 임창렬 부총리 명의로 서한을 보내 그가 협상을 주도해 주도록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씨티은행으로서는 우리를 두번째 구한 셈. 80년 외환위기시 처음으로 30억달러를 지원해 외화차입의 물꼬를 마련해준 적이 있다. 당시 신군부의 반대급부도 있었지만 각박한 「돈세계」에서 「신의있는 친구」로 평가받을 만하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