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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스칼라피노 박사 특별기고­남북관계,진전인가 교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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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스칼라피노 박사 특별기고­남북관계,진전인가 교착인가

입력
1998.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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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란불구 대북접근 강화해야”/새정부출범 향후 수개월 남북관계 결정적 시기/미·일과 우선협상 북 전략고수 장애물 4자회담 향배 중요/점진적인 관계개선 관련당사국 공동목표 실현여부 북한 손에미국의 저명한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로버트 스칼라피노 박사(UC버클리대 명예교수)가 새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긴급 제언을 보내왔다. 스칼라피노 박사는 「남북관계, 진전인가 교착인가」라는 제목의 특별 기고를 통해 향후 수개월이 남북관계에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편집자주>

한반도의 상황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엄청나게 변했다. 남한에서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일차적인 관심사가 됐다. 정치적으로는 오랫동안 민주주의를 지지해 온 인물이 전례없이 개방적이고 공정하게 치러진 선거에서 승리했다. 야당후보가 경선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한국 역사상 처음이다.

반면 심각한 식량난과 에너지난이 계속되고 있는 북한에서는 주로 소규모로 이뤄진 국제지원 등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침체가 멈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은 엄청난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생존을 위해 경제체제를 수정하는 한편 전통적이고 위로부터 강력하게 통제되는 정치체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김정일은 현재 정치·군사 최고위직 3개 중 공석으로 남겨진 국가주석직을 제외한 2개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정치 체제는 대체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통치행위는 주로 군사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인치에 의해 이뤄진다.

이론적으로 현재의 상황은 남북한 관계진전을 위한 새로운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오랫동안 건설적인 남북한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김당선자가 91년 12월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복귀를 촉구하고 김정일과의 회담을 제의한 것은 과거 입장과 합치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북한은 남한의 새 대통령을 상대하는 데 신중을 기해오고 있다. 북한은 민주주의를 옹호해온 김당선자의 과거 경력은 인정하면서도 그를 「미국의 예속자」로 낙인찍었다. 북한은 더욱이 김당선자가 당선 직후 한 특정 발언과 행동들 뿐 아니라 그가 김종필씨와 연합한 사실을 비난했다. 일반적으로 북한은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

남한의 경제문제가 남북한간의 의미있는 대화를 재개하는 데 심리적인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은 경제상황이 북한보다 월등히 낫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넉넉한 처지는 아닌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은 궁극적으로 투자와 기술지원, 무역의 형태를 통해 북한에 진정한 경제적 이익을 줄 수 있는 최적의 국가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남한의 새 정부는 북한으로부터 심각한 위협이 없다고 여겨질 경우 보다 대규모 경제교류를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남북한 관계개선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결코 작거나 쉽게 제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북한은 미국·일본과의 우선적인 관계 정상화를 기본전략으로 유지, 이를 통해 향후 한국과의 협상에서 보다 강한 위치에 서려고 한다. 따라서 북한의 요구는 북·미 평화협정과 외교관계 수립이 선행된 후에 남북한 교류강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미일간 관계개선은 어느 정도는 가능하지만 완전한 정상화는 남북한 관계에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 이것은 변함없는 미국의 입장이기도 하다. 일본도 이 문제에 있어서 미국을 추월해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3월 중순 2차회담이 예정돼 있는 4자회담의 향배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누구도 극적인 진전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이같은 방식(또는 이와 비슷한 방식)은 한꺼번에 여러 방면에서 동시적인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을 제공한다. 나아가 이 접근방법은 중국과 일본의 지지를 얻고 있으며, 러시아도 비록 자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역시 지지하고 있다.

남북관계 진전의 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각 참가국이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는 무엇일까? 첫째, 미국과 한국이 진정한 동맹국으로 공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 간헐적으로 있었던 불화관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충분한 협의와 정책의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한미동맹은 튼튼하게 유지되고 있다. 또한 모든 참가국들이 한국방위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굳건하며 주한미군은 최소한 모든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남아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시에 이 동맹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이며 평화적인 조치들이 취해지는 한 북한을 포함한 어떠한 외부 세력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끊임없이 되풀이해야 한다. 군사훈련들은 이같은 원칙에 맞도록 조정돼야 한다.

앞으로 몇달간 한국 당국은 한국기업들이 북한에 경제적으로 접근을 강화하도록 허용해야 한다. 아울러 인도적인 대북 식량·의료원조 및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사업추진에 대한 지원도 계속해야 한다. 물론 남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고려할 때 특정한 재정적 조건들에 대한 협상은 필요하지만 과거의 약속들은 준수돼야 한다. 나아가 남북간 기업, 학문, 종교 대표들 사이의 다양한 비공식적 접촉과 대화들이 장려돼야 한다. 91년 12월 남북기본합의서에 규정된 대화로 복귀하는 것도 끊임없이 강조돼야 한다. 한국의 경제적 조류는 당연히 김대중 정부의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지만 그것이 장기적인 대북정책에 방해가 돼서는 안된다.

한편 미국은 한국과의 동맹, 남한이 당사자로 참가하는 평화정착, 긍정적인 남북관계가 북·미간의 완전한 외교관계에 선행돼야 한다는 자신의 공약을 지속적으로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정부를 공식 인정까지는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북·미 관계의 진전을 모색하기 위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아가 미국은 비록 평양측이 최근들어 공식접촉을 넘어서는 데 매우 주저하고 있다 하더라도 비공식 접촉과 대화들을 강력히 지지해야 한다. 미국이 유지하고 있는 공식 채널들은 상호 이해와 지지를 가져오는 데 충분치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중국은 통상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이같은 행위들을 지원할 수 있다. 자국의 대북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중국의 주장은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현재로서는 경제적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북한의 외부세력이다. 일본 또한 한미 정책과 조화를 이뤄나가면서 북한과의 대화과정에서 진전을 모색해야 한다. 러시아는 조만간 북한과의 관계개선 조치를 통해 무대에 재진입하겠지만 과거의 동맹관계로 회귀하지는 못할 것이다. 때가 되면 미국 중국, 남북한 뿐 아니라 일본과 러시아가 참가하는 공식적인 동북아시아 안보대화가 창설돼야 한다.

한국문제는 주요 강대국들이 상호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어떤 나라도 북한이 붕괴되는 것을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붕괴될 경우 북한의 경제적 곤경은 남한 경제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아직 민주주의의 소년기를 맞고 있는 한국에 2,300만명(북한인)이 급작스럽게 떠맡겨지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또 북한의 핵보유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모든 관련 당사국에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충돌을 원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관련국들의 공동목표는 진화적인 과정으로 이것은 점진적인 남북관계 진전, 지역권에의 편입을 통한 북한의 경제 발전, 북한과 미일관계의 동시적인 개선 등으로 특징지워질 것이다.

이같은 목표들이 실현되는 것은 이제 북한 지도부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기회다. 김정일 및 군과 민간인을 포함한 그의 측근들이 이러한 기회를 이용, 특히 한국을 고려하는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일 용기와 지혜를 갖고 있을까? 향후 수개월은 북한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이다.<번역=배연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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