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라구요? 그게 언제적 얘긴지…/라면·김밥 이젠 어엿한 한끼식사IMF한파로 직장인의 생활패턴과 직장문화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출근길에서 퇴근길까지 어려운 시절을 견디고 이겨내기 위한 철저한 「알뜰형」으로 변하고 있다.
먼저 옷차림의 변화. 직장마다 난방비 절약을 위해 실내온도를 크게 낮추자 직장인들은 예전보다 두터운 외투를 꺼내 입거나 한두가지 옷을 더 껴입으며 추위를 이겨내고 있다. 내복이 다시 사랑을 받고 보온성이 높은 조끼나 카디건 등은 사무실의 필수용품이 됐다.
비싼 점심, 회식은 이제 옛이야기가 됐다. 구내식당 이용률이 크게 늘어나 부서마다 시간을 정해야 할 정도고 도시락을 싸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밖에서 먹더라도 고급한식점에서 칼국수집, 우동집에서 라면집으로 하향조정됐다. 라면과 김밥은 어엿한 한끼의 식사로 격상됐다. 기업감량에 따른 실직위협은 직장내 분위기를 더욱 썰렁하게 만들었다. 사적인 대화를 나누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짬을 이용한 컴퓨터 오락이나 개인전화 사용 등도 금기시돼 사무적인 대화 외에는 듣기 힘들어졌다. 상사나 부하 동료 모두가 살아남기 위한 경쟁자라는 인식이 확산돼 연대의식이나 동료애도 많이 희석됐다.
무엇보다 큰 변화상은 퇴근길 문화. 으레 한두잔 걸치던 습관 대신 퇴근 후 곧장 집에 들어가는 횟수가 늘어났고 그나마 있는 술자리의 모습도 IMF체제로 철저히 탈바꿈했다. H그룹 P대리는 『요즘같으면 술먹을 돈도 없지만 동료와 술을 먹더라도 흥이 안난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먹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했다 판공비, 관리비의 삭감과 얄팍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2차」는 좀체 보기 힘들어졌고 상사나 연장자가 술값을 일괄 계산하던 관행도 「각자부담」원칙으로 바뀌었다. 그럴싸한 술파티로 이어지던 신년회 동창회 등의 회식모임은 조촐한 저녁식사로 대신하고 부서 회식을 부서장이나 부원들 집에서 치르는 「안방회식」도 생겨났다.
귀가시간이 빨라지자 어학공부 등 개인경쟁력 높이기에 몰두하거나 밤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살림꾼」직장인들도 있다. 외국어학원 수강이 저녁시간에 성황이고 요리, 건축, 전기, 이·미용학원 등 실직을 염려한 생계형 학원수강도 늘어났다. 회사원 C씨(36)는 『아르바이트로 출판사의 번역 일을 구하고 있지만 신청자가 워낙 많아 차례가 돌아올 지 모르겠다』며 『번역 일이 안되면 24시간 편의점 등에도 자리를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염영남 기자>염영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