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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남편엔 위로와 용기를

입력
1998.01.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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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 가족간 사랑이 가장큰 힘이제 실직과 부도는 남의 일이 아니다. 언제 누구에게라도 닥칠 수 있는 재난이 돼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80%정도가 실업이나 파산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운좋게 실직을 면하거나 다른 일자리를 구해도 치솟는 물가, 깎인 임금에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한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때일수록 가족 구성원 각자가 서로의 사랑을 더욱 확인하고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만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위기의 시대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해야 할 사람은 역시 주부. 불안에 흔들리는 가장을 붙들고 따뜻한 위로와 재기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도 주부이다.

지난해말 25년간 다니던 회사를 명예퇴직한 김모(49)씨. 새직장을 찾아 다니는 처지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일념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

퇴직사실을 안 뒤에 부인이 보여준 든든한 태도가 그를 자신감에 부풀게 한 것이다.

직장을 잃었다는 말도 못한채 며칠이 지난 1월초. 출근하듯 집을 나선 김씨는 부인 박모(48)씨가 안주머니에 넣어둔 편지를 읽고 눈물을 흘렸다.

『당신이 실직한 사실을 며칠전 우연히 알게 됐어요. 지금같은 시기에 실직은 무능력 탓이 아닙니다. 그 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당신에게 가슴깊이 감사하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여전히 당신을 믿고 있으니 용기를 잃지마세요. 우리 모두 힘을 합치면 재기할 수 있어요. 여보 힘내세요』

그날 저녁 이들 부부는 가족회의를 열었다. 대학 2년생인 아들과 여고 1년인 딸에게 아버지의 실직사실을 알리고 네식구가 예전보다 더욱 서로를 사랑하면서 위기를 극복해나가자고 말했다.

다음날 부터 자녀들의 생활태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김씨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와 용돈을 조달하겠다는 아들을 보니 대견스럽다』며『IMF가 자녀들에게 자립심을 키워주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경제능력을 잃고 좌절과 무력감에 빠진 가장들은 자녀들에게 자신이 무능력한 아버지로 낙인찔힐 것같아 조바심을 낸다. 「아버지의 전화」 정 송소장은 『남성 고민상담소에 괴로움을 토로하는 대부분의 아버지들은 「퇴직」 자체보다 그로 인해 생기는 가족간의 갈등과 깊어지는 소외감을 괴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녀들이 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성원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조모(50)씨는 퇴직금 5,000만원을 피라미드식 판매회사에 모두 잃고 도봉산에 올라가 자살을 결심했다. 그러나 자신을 하늘처럼 믿고 실직을 위로까지해주던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을 돌려먹었다. 가장 자신도 가족들과 어려움을 함께 극복한다는 자세로 당당한 남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앙대 심리학과 성옥련교수는 『가정은 누구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위하는 마음』이라고 가족간의 사랑을 강조했다.<박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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