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품 기피 이젠 옛말/아파트 등 갈수록 확산/좋은물건 싸게사고 이웃과 공동체의식 다져이웃들과 함께 여는 「마당세일」이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는 「아나바다운동」의 한 방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마당세일은 미국과 유럽의 주부들이 안 쓰는 중고물건을 집 앞에 늘어놓고 이웃들에게 싸게 파는 「개러지세일(Garage Sale)」을 우리 식으로 변형한 것. 이웃간의 친분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상설 재활용센터보다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공동체의식을 다지는 기회가 될 수도 있어 인기다.
이은혜(23·서울 송파구 오금동)씨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강사로 있는 생활공예학원 수강생들인 주부 5명과 함께 「마당세일」을 열었다. 가정경제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서로 안쓰는 물건들을 싸게 교환판매해보자는 데 의기투합한 것. 「마당세일」이라고는 해도 인근 현대아파트 입구에 집에 있던 테이블을 꺼내다놓고 각자 집안의 천덕꾸러기였던 헌 옷가지며 장난감들, 조그만 인테리어용품들을 늘어놓은 것이 고작.
그러나 호응은 예상외로 컸다. 스텐실로 예쁘게 꾸민 장식용 탁자가 8,000원, 헌옷은 2,000∼6,000원 정도로 1만원을 넘지않는 물건들은 참가한 주부들뿐 아니라 구경차 나왔던 주민들에게 금방 팔려나갔다.
이씨는 『IMF한파가 중고품은 왠지 꺼림칙해하던 사람들의 생각을 확 바꿔놓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형숙(41)씨도 지난해 4월 자신이 살던 서울 서초구 반포한신2차 아파트단지내 공터에서 친한 주부 4명과 함께 마당세일을 벌였다. 아파트 관리실의 협조로 천막을 치고 집에 있는 옷걸이를 갖고 나와 옷가지며 안쓰는 물건들을 진열하자 그럴듯한 장터가 섰다. 일단 판이 벌어지자 각 가정에서 하나씩 둘씩 헌 물건들을 내다놓기 시작했다. 멀쩡한 등나무의자가 5,000원, 두발자전거가 2만원에 가격은 파는 사람이 원하는대로 붙여졌고 다트나 돗자리 등은 무료로 기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씨는 『동네잔치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린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물건을 귀하게 여기는 재활용정신을 배우고 경제관념을 키울 수있는 것도 마당세일의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마당세일은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 대여섯명만 모이면 큰 어려움없이 열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장이 설만한 공터. 아파트 단지내의 놀이터나 동네의 공원 등을 이용한다.
서씨는 『각자 자기물건을 정리하고 값을 매겨 판매하되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일주일전부터 동네입구나 아파트 게시판 등에 안내문을 붙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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