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부문 채무 처리방법에 주목/일·동남아 환란악화도 악재평가뉴욕 국제금융계는 외채협상의 타결로 한국 외환사태의 주요 원인인 유동성 위기가 극복될 발판이 마련됐다고 한결같이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외환 상황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제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진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한국물들은 일단 활기를 되찾았다. 포철 주식예탁증서(DR)의 경우 18달러에서 23달러로 무려 27%나 급등했다. 한국전력 DR도 9.25달러에서 11.20달러로 21%가 오르는 등 한국물이 강세를 보였다. 벤치마크인 산업은행발행 글로벌본드(2006년만기)의 가산금리는 전날 3.5%포인트에서 3.2%포인트로 떨어져 올해들어 처음 한자릿수에 진입했다. 이같은 상승무드는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계자들은 관측했다.
하지만 거래는 소액 투자자 사이에서만 이뤄질 뿐 외환위기 해소에 절대적인 기관투자가들이 아직 나서지 않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그만큼 한국의 상황에 아직도 변수가 많고 사태도 유동적이라고 투자가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우선 이번 합의의 이행사항을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2백40억달러로 예정된 단기채무의 차환분중 얼마만큼이 중기채로 연장되고 1백여개에 이르는 채권은행 가운데 동참할 은행은 몇 군데인지를 지켜볼 예정이다. 또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외채(약 9백20억달러)의 나머지분을 한국이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국내외적인 상황 변화도 중요하다. 일본 금융권의 불안 파급및 인도네시아 등지의 모라토리엄(대외지급유예) 우려 등도 우리 사태 극복에 중대 가늠자이다. 무엇보다도 장래가 불투명한 국내상황은 투자가들에게 섣부른 판단을 유보케 한다. 특히 이번 협상에서 제외된 민간기업 부분의 채무 부담을 덜 방법을 찾지 못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없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한 한국투자 데스크는 이날 『정리해고 문제는 김대중 정부조차 해법을 찾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는 협상타결에 대해 『이제 한국이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뒤집어 보면 안도하기에는 아직도 극복해야할 과정이 많다는 의미이다.
일본언론은 외채 연장방식이 JP 모건의 「국채발행」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제안한 「정부보증」만으로 타결된 것과 금리가 낮아진 점을 높이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일본경제)신문은 『이번에 상환연장에 합의한 2백40억달러의 외채는 전체 단기외채의 일부분』이라며 『정부효율 향상과 기업경영 투명화, 노동시장 유연화 등 3대 개혁과제를 서두르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다시 상환 압력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뉴욕·도쿄=윤석민·황영식 특파원>뉴욕·도쿄=윤석민·황영식>
◎클린턴 “한국지원 적극 지지”
국회 대미 의원사절단의 박정수(국민회의) 단장은 30일 『미국 상·하 양원 의원들을 접촉한 결과 이들이 우리의 외환위기 타개를 위한 미국측의 지원을 전폭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게 보고했다.
박의원은 이와함께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29일 사절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나는 김당선자를 존경하고 좋아한다』며 『김당선자가 외환위기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는 만큼 모든 힘을 경주해 김당선자의 성공을 돕겠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대변인에 따르면 박의원은 보고에서 『미 의원들은 김당선자가 국제통화기금(IMF) 협약을 준수하면서 개혁에 임하고 노사정 대화를 통해 국민총화를 이뤄나가는 과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알려진 바와 달리 미국의 대한지원을 지지했다』고 밝혔다.
◎미 재무 “신인도회복 시작”
【워싱턴=신재민 특파원】 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은 29일 한국과 국제채권은행단이 한국의 단기외채 상환기간을 중·장기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것은 한국의 외환위기 해결을 향한 중대한 조치라고 말했다.
루빈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채권은행단이 올해 상환기간이 만료되는 한국의 외채 가운데 상당부분에 대해 상환기간을 연장해 주기로 한국과 합의한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금융업체들의 단기채권을 차환해주기 위한 주요 국제은행단의 노력으로 한국의 금융안정과 신인도 회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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