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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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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군사정권 시절 대학생들은 주말이 되면 삼삼오오 서울 서부역에서 경의선 기차를 타고 일산등지로 몰려갔다. 그들은 백마역에 내려 시골정취가 물씬 풍기는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시고 취하면 갈대밭을 걸으며 울분을 토로하곤 했다. 당시 대학생들의 이런 모습은 서울 인근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90년대 들어 그들은 스스로를 386세대라고 이름을 지었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30대라는 뜻이다. 그들은 군사정권에 항거했던 과거를 자랑스러워 하며 이 호칭사용을 즐겨한다. 그러나 기성직장인들은 그들이 사회에 나오자 신세대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386세대란 호칭은 컴퓨터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컴퓨터는 그 성능에 따라 286, 386, 486, 586, 펜티엄급으로 분류되지만 80년대에는 386급이 주력이었다. 이런 분류라면 지금의 20대는 486∼586, 10대는 586∼펜티엄급이고 이전 세대는 286급이나 그 이하가 된다. ◆IMF한파가 몰아치자 시중에는 난국을 초래한 사람들과 이제 국가경영을 맡게 된 사람들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얘기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특히 새로 국정운영을 책임질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정권인수위나 경제비상대책위에 쏟아지는 불만들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경제난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586급 이상 성능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데 전면에 나선 사람들의 자질이 아무래도 286급 이하라는 것이다. 국제금융을 모르는 「촌뜨기」가 외채협상을 맡고 있는가 하면 각종 위원회도 286급 이하가 주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려도 될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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