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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후의 과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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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직 개편후의 과제(사설)

입력
1998.0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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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힘있는 정부」는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가 구상한 차기정부의 패러다임이다. 국제사회의 무한경쟁속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특히 작금의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조직에서부터 낭비요인을 줄이거나 거품을 빼는 일이 절실한 과제다. 노사정이 고통분담의 공통분모를 차출하지 않으면 국난극복이 어려운 현실에서 정부가 감량을 솔선하는 일은 너무도 당연하다 하겠다.26일 정부조직개편심의위가 최종 확정한 개편 시안은 우선적으로 이같은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 심의위가 마련한 시안을 보면 부총리제의 폐지와 함께 장관급 7개부서를 통폐합, 현재 21명인 국무위원을 16명으로, 33명의 장관급을 24명으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기구가 축소조정됐음을 의미한다.

대통령직속으로 할 것이냐, 총리직속으로 할 것이냐로 그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힘겨루기를 했던 예산업무와 인사업무는 대통령소관업무로 결론지었다. 즉 장관급의 기획예산처와 중앙인사위원회를 신설키로 하고 이를 대통령직속에 두기로 한 것이다. 국무총리의 내각에 대한 실질적인 통할기능 강화를 명분으로 법제처 국가보훈처 비상기획위를 각각 총리소속의 차관급 기구로 개편키로 했다. 시안은 이밖에도 현재 차관급이 실장인 총리실의 행정조정실을 국무조정실로 확대개편, 장관급이 실장을 맡도록 격상했다.

시안의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이처럼 당초의 「작지만 힘있는 정부」목표가 구두선에 그친 대목이 없지 않다. 헌정사상 초유의 경험이기도 한 공동정권이라는 생래적 한계를 모르는 바 아니나 시안이 권력안배에 집착한 흔적을 많이 남겼다. 다시말해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간의 철저한 권력배분 구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무리하게 예산과 인사업무를 대통령직속으로 하다보니 기존의 총리행조실을 장관급으로 격상해 자민련을 달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났다. 대통령책임제아래서 인사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지만 꼭 예산업무까지 직속을 고집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을까. 겉으로는 작은 정부, 실질적으로는 「큰 대통령」을 지향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 바로 이 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사고의 틀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는 점이다. 아무리 기구를 축소하고 규제완화를 외쳐본들 운영하는 사람들의 사고가 바뀌지 않는한 제도개혁은 또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문민정부의 조직개편 공약이 어떻게 됐는가를 보면 안다. 김영삼정부는 4차례 조직개편을 통해 2만명의 공무원감축을 약속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공무원수는 1년에 1만명꼴로, 약4만8,000여명이 늘어났다.

국회심의과정에서 미비점에 대한 보완이 이뤄지겠지만 정부가 정말 자린고비가 돼 피나는 감량시도를 하지 않으면 개혁은 또 공염불로 끝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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