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은 요구르트병… 그림은 폐지에 그려요”/포장지·노끈하나도 재생/옷도 화려한 것은 못입게『우리 아이들은 요구르트병으로 장난감을 만들어 놀고 재활용종이에다 그림을 그립니다』
IMF한파후에야 모두들 뒤늦게 절약방법을 찾느라 허둥대고 있지만 일찌감치 근검절약 정신을 철저하게 가르치고 실천해오는 곳이 있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부속유치원이 그 곳. 오래전부터 엄마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치원으로 정평이 나 있는 곳이다.
이 유치원 어린이들은 포장지 한장, 노끈 하나 버리지 않고 모아 교육재료로 만들어 쓰는 일이 몸에 배어있다. 중산층 자녀들이 대부분이지만 옷차림도 지극히 수수하다. 유치원에서 화려한 차림새를 아예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전통」은 김애마(97년 작고·전 이화여대 총장대리)초대 한국인 원장과 이정환(66·여·새세대육영회 회장)전 원장, 이기숙(48·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현 원장 등 「자린고비 3대」원장들의 투철한 교육관으로 세워지고 키워져 왔다.
김원장은 55년 원장을 맡은 뒤 종이봉투 노끈 포장지 등 소용이 될 만한 것은 모두 집에서 가져와 아이들 놀잇감으로 만들었다. 헌 핸드백이나 구두, 화장품케이스는 소꿉놀이용으로 사용됐고 원생들이 남기는 음식물은 유치원 뒤뜰 채소밭에 거름으로 쓰여졌다. 김원장은 은퇴후에도 집에서 모은 비누갑, 헌 칫솔 등을 보내와 공작시간에 활용토록 했다.
김원장의 정신은 72년 이정환 원장에게 고스란히 넘겨졌다.
이원장은 별도의 수거통을 설치, 종이와 캔, 플라스틱을 모으는 한편 매달 한번씩은 원생들이 일반쓰레기통 속에서 재활용품을 찾아내는 시간도 만들었다. 유치원에서 키우는 닭, 비둘기 등의 사료는 각자 집에서 가져온 멸치조각이나 채소잎으로 대신했다.
이기숙 현 원장은 미술시간에 남은 자투리종이를 모아 손바닥만한 포켓북을 만들었다. 원생들은 이 작은 재활용노트를 언제나 들고 다니며 글씨연습을 하고 그림을 그린다. 신문용지는 물에 불려 종이인형 재료로 활용하고 「몽당 크레용」은 모두 수거, 1년에 한번씩 녹여 다시 쓰고 있다. 이렇게 알뜰하게 절약한 경비는 원생들의 간식이나 학용품마련에 사용된다.
이원장은 『우리 유치원은 바른 생활습관과 건전한 의식을 몸에 익히도록하는데 교육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자란 세대의 자녀들이기 때문에 이같은 교육은 더욱 강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김정곤 기자>김정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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