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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으로 세계화단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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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으로 세계화단 뚫는다

입력
199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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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현­3월 미서 ‘20세기 추억’전/드로잉에 세기말문제 담아/도윤희­미 아트페어서 눈부신 성과/생명매개 시간의 흔적 반추양화가 조덕현과 도윤희, 국제화단에서 나름대로 한국적 아이덴티티로 평가받는 남녀 작가다. 조덕현(41·이화여대 교수)씨는 3월 미국전시회를 통해 다시 한번 자기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게 됐고 도윤희(37)씨는 최근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조씨의 작품은 마치 빛바랜 낡은 사진을 보는 듯하다. 그래서 『실크스크린에 가필한 것』이라는 비난도 받는다. 작가는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작품의 핵심이다. 그런 비난은 작품의 처음과 끝을 모르는 얘기』라며 일침한다. 사실 그의 작품은 오랜 노동의 산물이다.

그는 연필과 목탄으로 사진보다 훨씬 흡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리는 시간만큼 대상과 「교감」한다. 그의 수작업은 작품의 본질이다. 국제전을 자주 갖는 그의 행보가 더욱 빨라졌다. 95년 필라델피아 ICA 미술관의 전시회를 통해 미국화단의 관심을 끌었는데 3월12일부터 5월17일까지 버지니아미술관에서 「20세기의 추억」전을 개최한다. 이 미술관은 앤디워홀, 빌비올라, 짐다인 등 현대미술의 교과서적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를 더욱 흥분시킨다.

전시에서 그는 예의 인물드로잉을 선보인다. 남과 여, 한국인과 일본인, 중국인, 서양인 등 10명의 등신대 인물드로잉으로 구성된 「양극을 넘어(Beyond Polarity)」는 원형으로 배치돼 성, 민족, 이데올로기같은 세기말의 문제를 제기한다. 10m이상 자락을 늘어뜨린 맞춤 캔버스 위에 자신의 어머니를 그린 「어머니」등 모두 15점의 작품을 갖고 나갈 계획이다.

얼핏 그의 드로잉은 극사실기법인 포토리얼리즘 작품과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포토리얼리즘이 작가의 개입을 배제하고 그림과 거리를 두고 있다면 조씨는 훨씬 깊숙히 개입한다. 주변 인물을 기록하는 일, 그리고 때로는 표면에 수를 놓는 과정이 그렇다. 현대미술이 잃어버린 소중한 손작업의 미학, 그리고 과거와의 교감을 통한 현재의 존재증명이라면 이 경향은 작가만의 「한국성」과 「아이덴티티」의 단서가 된다.

아트페어라는 상업공간에서 나름의 첫 성공을 거둔 여성작가 도윤희(37)씨의 작업 역시 「한국성」과 관련해서는 주목할 만하다. 8∼13일 개최된 마이애미 아트페어에서 100호 두점을 포함, 8점의 작품이 모두 팔렸다. 상업화랑 세곳의 초대전도 의뢰받았다. 할아버지인 고 도상봉 화백과 고교 2학년까지 함께 살았던 탓인지 『기억 속에 고서의 냄새가 배어 있다』는 설명처럼 그의 작품은 생명체를 매개로 시간의 흔적을 더듬는다. 생명의 자궁인 지층, 숲, 늪, 빙하와 대지는 그의 작업에서 반추상의 형태로 나타난다. 작품에선 유화냄새가 나지 않는다. 바니쉬, 왁스, 투명플래스틱으로 표면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 방편은 무한정한 과거의 시간대를 엿보는 현대의 창이라는 개념적 설명으로, 고답적 장르인 평면에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은 기제로 작용한다.

평면이되 고답적이지 않을 것, 노동의 수고가 들어있을 것. 이미 유명해진 조덕현씨와 도약하는 작가 도윤희씨. 두 작가를 묶는 끈은 「국제적 한국성」 내지 「한국적 국제성」일 것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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