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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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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재벌은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전략상 생겨난 산물이다. 부존자원이 적은 나라에서 정부는 한정된 자원을 대기업에 몰아줬고, 대기업은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대표선수로서 온갖 성원을 받으며 힘차게 뛰었다. ◆재벌이 우리 경제에 미친 공과는 쉽사리 한쪽으로만 몰아세우기 어렵다. 다른 나라가 부러워하는 강점도 많다. 수십년만에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에서 이만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것은 재벌체제에 힘입은 바 크다.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던 재벌이 돌연 레일을 벗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끝 모르는 팽창욕 속에 공룡의 파멸이 운명지어졌다는 분석이 정설이다. 또 저절로 굴러온 횡재가 재벌을 방자하게 만든 측면도 적지않다. 80년대 말부터 닥친 땅값·주가 폭등, 반도체 「노다지」등이 그것이다. ◆92년 대권 도전으로까지 비화된 현대 정주영 회장의 「외도」와 핵심을 놓친 정부 대응 탓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영삼정권은 정치보복 차원으로만 시종했고, 재벌과 정부의 공조가 흔들리면서 수십년간 통용되던 경제 운용궤도가 허물어진 측면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무대서는 「유교 자본주의의 붕괴」가 들먹여진다. IMF 등은 한국의 재벌체제에 칼을 들이댄다. 상당부분 수용해야 할 처지다. 차제에 재벌의 공과와 일탈과정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당면 위기의 타개뿐 아니라 발전전략의 새로운 모색을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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