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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넘은 법조 비리/방희선 변호사(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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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수위 넘은 법조 비리/방희선 변호사(특별기고)

입력
199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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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타락 검은 사슬에 이젠 윤리불감증까지/감독·통제장치 마련해야법치주의의 핵심은 사법적 정의다. 법에 의한 정의를 확인하고 실현함으로써 공정하고 올바른 세상을 지키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절차와 과정은 맑고 깨끗해야 한다. 이것이 사법적 정의가 요구하는 고도의 윤리와 책임이다.

그런데 21세기를 눈앞에 둔 오늘 우리의 사법정의와 윤리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실망스럽고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니 「전관예우」니 하는 불평불만을 낳고 법조브로커나 사건알선을 둘러싼 비리현상이 흉한 모습을 드러낸데 이어 급기야 법원·검찰의 업무처리와 관련된 급행료 부조리까지 터져 나오고 말았다. 이제 법조는 마치 부조리와 비리의 온상처럼 비쳐져 법조계에 몸담고 있는 나 자신조차 때로는 부끄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놀랄 일도 아니다. 과거 판사로 일할 때부터 늘 우려하던 문제였고, 변호사가 된 다음에는 증명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일상화한 현상임을 곧바로 알게 되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타락현상과 궤를 같이 해온 오래된 부패구조의 한 단면일 뿐이다. 「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속담처럼 여기서도 금권만능의 부조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볼 때 법조계비리는 몇가지 근본원인에서 비롯된다.

첫째는 그간 우리 사회의 병폐가 된 공직사회의 부패와 기강문란이다. 도처에서 목격되는 공직자부패와 타락한 먹이사슬이 이를 증명한다. 무사안일, 보신주의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암적인 요소가 된 부패와 문란에 사법분야도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둘째는 이러한 부패와 문란이 국가적 문제임에도 사법권 독립이라는 엉뚱한 구호에 묻혀 불간섭주의로 방치되어온 탓이다. 민원이나 행정업무가 사법권 독립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사법은 치외법권에 속하는가.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직기강의 확립차원에서 의당 외부의 통제감독이 있어야 하며 타 기관과의 상호견제와 균형을 통한 민주적 억제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끝으로 그러한 불간섭 상태하에서 생겨난 배타성과 폐쇄성에 의한 가족적 온정주의 풍토이다. 무슨 일이 생기면 덮기에 급급하고 기껏해야 특이한 현상에 불과하다는 식의 강변으로 넘어가기 일쑤이다. 실례로 과거 판사시절 급행료등의 부조리 척결을 수차 건의하고 심지어 돈이 끼워진 사건기록을 직접 들고 가 제시하며 문제해결을 요구하였으나 번번이 묵살당하기만 하였다. 도리어 위에서는 함구할 것을 요구하며 몸조심하라고 충고할 따름이라 어이가 없었다.

이런 상황하에서 어찌 부조리의 싹이 자라나고 번창하지 않을 수 있는가. 그러다 보니 이젠 윤리불감증까지 생겨 마치 공무원의 복지수단인양 거리낌없이 거론되고 당연시하기까지 이르렀다.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국가경쟁력을 도모하며 창의와 발전을 바랄 수 있는가. 막대한 금액이 각 부문에서 이렇게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한 어떠한 경제정책이나 구제금융으로도 난국을 풀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확고한 대책을 세워 치유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무엇보다도 철저한 실태파악과 감독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 필요하다면 외부기관의 감독과 기관 상호간의 감시통제장치가 도입돼야 한다.

다음으로 합리적인 인사제도의 확립보장이 긴요하다. 신상필벌이 명확하여 바르고 성실한 사람이 우대받고 부패한 사람이 처단되면 공직기강이 확립될 것이다. 올바른 사람이 반드시 평가받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또 외부적 통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고발자에 대한 우대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 조직내의 문제와 비리는 실상 그 안에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부고발자를 배반자나 이탈자로 보는 잘못된 시각을 없애고 오히려 공익을 수호한 용기있는 공복으로 포상하고 우대하는 제도를 도입, 공직사회의 의식을 바꾸어야 한다. 얼마전 미국 월스트리트에 있는 세계적 투자전문회사의 경영자가 항시 전사원들로 하여금 직장동료의 의심스러운 행동을 자신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해왔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고발이 사실이면 회사를 위해 큰 기여를 한 것이고 반대로 사실이 아닐 경우에도 회사를 위해 주의를 기울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국운이 걸린 무한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의 왜곡된 구조와 불합리한 의식을 청산하지 않고는 이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다. 나라를 새로 세우는 심정으로 부패와 부조리의 관행을 척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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