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IMF한파속의 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IMF한파속의 설(사설)

입력
1998.01.26 00:00
0 0

고향에 무엇을 들고 가나. 가족들을 무엇으로 즐겁게 해주나. 설날을 맞는 마음은 참담하고 우울하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귀성이 시작됐지만 예년과 같은 흥겨움을 어디서도 볼 수 없다. 대목인데도 백화점이나 재래시장은 손님들이 뚝 끊겼고 감사의 마음과 정성을 담은 선물도 찾아보기 어렵다. IMF한파 속에 처음 맞는 이 명절은 우리네 살림살이가 최근 몇 달 사이에 얼마나 궁핍해졌는가를 실감케 하고 있다.이번 설에는 2,0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인원은 작년 설연휴보다 10%,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9.5%가 줄어들 전망이다. 우울한 귀성객들에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운행차량의 감소덕분에 고속도로의 승용차 운행시간이 많이 단축된다는 점이라고나 할까. 이미 32개 주요 생필품의 물가가 올들어 5% 가까이 올랐다. 눈만 뜨면 교통요금 기름값 가스값 인상소식이 들려온다. 설연휴를 앞두고 체임을 해소하라고 종용하는 행정당국의 목소리에도 기운이 없다. 수많은 실직자들, 상여금은 커녕 월급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사흘간의 긴 연휴는 명절이 아니라 지옥이나 다름없다.

그렇다고 이 명절을 한탄과 걱정만으로 보낼 수는 없다. 우리 민족에게 명절은 언제나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가족끼리 화목을 다지면서 건전한 여론을 조성·전파하는 계기가 돼주었다. 어렵고 힘들기는 모두 마찬가지이니 나보다 더 궁핍한 이웃들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이 난국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를 이야기하도록 하자.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흥청망청 살아왔는지 자성도 하면서 더 줄이고 아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자신과 가족의 장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명절이 되도록 해야 한다. 여유가 있고 살기가 나은 사람들은 철없는 행락과 과소비로 지탄을 받거나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고 베풀고 나누도록 해야 한다.

설날이면 우리 모두 한 살씩 더 먹는다. 하지만 올해는 설날연휴를 과세의 개념으로만 생각지 말고 심신의 건강과 가족의 화목을 다지면서 민족의 활력을 재생산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마음가짐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