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불,들라크르와 200돌전/벨기에선 마그리트 100돌전베니스 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 굵직한 국제전이 잇달아 열린 지난해와 비교하면 올 세계미술계는 적막하다. 경기가 좋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거장의 대규모 전시는 드물다. 하지만 유진 들라크르와 탄생 200주년, 르네 마그리트 탄생 100주년 기념전을 비롯, 눈길이 가는 전시회도 곳곳에 숨어 있다.
올해로 탄생 200주년을 맞는 유진 들라크르와(1798∼1863)를 기리는 전시가 미국과 프랑스에서 마련된다. 4월10일부터 7월20일까지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는 유진 들라크르와의 후기작품이 전시된다. 또 미국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에서 9월20일부터 99년 1월3일까지 장기간 열린다. 프랑스 낭만주의의 대표적 화가 들라크르와는 부르봉왕조를 끝내고 「시민왕」 루이 필립을 옹립한 1830년 혁명 후에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기억되는 작가이다. 바이런의 희곡 「사르다나팔루스」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등 문학, 역사, 이국풍경 등 다양한 주제를 낭만주의적 화풍으로 그려냈다.
초현실주의 작품세계의 새 장을 연 르네 마그리트(1898∼1967) 회고전은 고향인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벨지안 로얄 뮤지엄에서 3월6일부터 6월28일까지 마련된다. 온방을 가득매운 사과 한 알, 중력의 제한을 전혀 받지 않은 듯한 사물의 배치를 통해 마그리트는 사물을 사실적으로 그리면서도 독특한 구도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의 세계를 구현해냈다. 파이프를 그려넣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명명한 그의 철학은 이후 미셀 푸코가 같은 제목의 저서를 낼 만큼 서구 지성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신화와 에로티시즘에 대한 집착을 보였던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3∼1918), 자화상을 통해 절망적이고 사무치는 듯한 에로티시즘을 구현했던 독일 표현주의 작가 에곤 쉴레(1886∼1918)는 둘 다 올해 80주기를 맞아 기획전이 잇따른다. 또 영국 테이트갤러리(2월12일∼3월17일), 미국 현대미술관(MOMA)(6월24일∼9월29일)은 피에르 보나르(1867∼1947)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하는 기획전을 연다. 일본의 우키요에(부세회)를 수용, 프랑스 후기인상주의와 접목한 그는 로트렉에 앞서 포스터를 미술의 주요 장르로 발전시켰다.
네덜란드 미술에 대한 재조명도 올해 세계미술계의 새로운 유행. 필라델피아 뮤지엄 오브 아트(3월4일∼5월31일·「반 아이크 알기」전),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오브 아트(9월15일∼99년1월3일·「반 아이크에서 브뤼겔까지」전)을 비롯, 런던 내셔날 갤러리에서도 올해 중반 「빛의 예술가들」이란 제목으로 17세기 네덜란드 미술거장들이 소개되는 전시가 마련된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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