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건강의 정의를 새로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신체에 질병이 있거나 장애현상을 보이는 것만으로 건강상태를 측정하고 판단했지만 앞으로는 마음, 즉 영혼이 얼마나 평온한가의 여부도 건강의 개념에 추가할 예정이다. WHO 창립 50년만의 획기적인 조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이같은 발상은 당초 회교권이 중심이 된 중동 아랍이나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어 96년에는 특별위원회까지 만들고 집중토론을 벌인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9일부터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집행이사회가 이를 정식 가결함에 따라 앞으로 있을 총회의 인준 절차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대표는 제안국과는 다른 입장과 견해로 부정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우선 영적인 안녕이란 개념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서 부터 이것이 과연 우리의 관념과 정서에 부합할 것이냐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오는 5월 총회에서 인준이 확실시되는 새 건강기준에 대해 우리도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그동안 서양의학의 장벽에 가리어 빛을 보지 못했던 전통의학이나 굿, 기공 등이 새롭게 조명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이비 종교단체나 검증이 빈약한 민속, 민간요법들이 오히려 우후죽순처럼 확산될 것이 뻔하다는 게 모두의 예상이다. WHO총회가 이를 최종확정할 경우 세계는 이 기준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당국이나 관련연구단체들은 서둘러서 「영적인 평온」이 우리의 체질과 사고방식에 부합될 수 있도록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그 다음은 과학, 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못한 것들에 대한 학문적 접근 노력이다. 무턱대고 「그렇게 했더니 다음에 평온이 오더라」는 식으로는 오히려 건강척도가 문란해질 수 있다. 또 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이비 종교단체나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은 이와는 별도의 치안 차원임을 강조해 둔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