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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문수보살(차따라: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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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굴암 문수보살(차따라:38)

입력
199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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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하나뿐인 ‘찻잔 든 보살상’/“한 잔 먹고 깨치소서, 두 잔 먹고 도통하소”/불가에선 차마시는것 자체가 성불의 과정/‘지혜의 화신’ 문수보살의 잔속엔 감로차가…경주 석굴암 본존불을 모시고 있는 문수보살. 오른 손에 찻잔을 들고 있다. 찻잔을 든 보살상으로서는 세계 유일한 것이다. 한 손에 들어가는 알맞은 크기의 찻잔은 꽃봉오리 처럼 살짝 벌어진 입술이 부드러우면서도 이지적이다. 옛 것의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은 신라인들이 남긴 석굴암의 곡선미가 찻잔에도 녹아있다며 찬탄을 금치 않는다.

불가에서 차와 문수보살은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그 만큼 문수보살과 차에 얽힌 얘기는 헤일 수 없을 만큼 많다. 당나라때 무착 스님과 문수보살 사이에 얽힌 이야기도 그 하나다.

「성 안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언제나 한결같은 부처님 마음일세」

무착스님은 문수보살을 만나기 위해 중국 오대산으로 가다가 차림이 허름한 시골노인을 만난다. 차 한잔을 얻어 마시고 또 길을 걷다가 한 동자를 만나 이 게송을 얻었다. 무착은 그때서야 『아! 그렇게 만나려 했던 문수보살이 바로 그 노인이 었구나』라고 깨닫게 된다.

삼국유사에는 보천 태자가 우리나라 오대산에서 수행하는 얘기가 나온다. 문수보살과 차때문에 태자가 성불한다는 내용이다. 보천태자는 오대산 신성굴에서 50년간 문수보살에게 차를 공양하며 수도정진한다. 매일 첫 새벽에 정한수를 길어다 지극정성으로 차를 바쳤다. 지성으로 올린 그 차는 다시 태자가 음복했다. 지혜를 밝히는 문수보살이 마신 차를 보천이 마셨으니 그의 지혜 역시 갈수록 밝아졌다. 마침내 도리천의 신들도 삼시로 보천의 법을 듣게 된다. 정거천(불가의 성인이 거주하는 다섯 하늘나라)의 무리가 차를 달여 오히려 보천태자에게 차를 공양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차를 마시는 행위 자체를 부처가 되기 위한 수행과정으로 보고 있다. 「칠불밑에 자란 작설/ 아침마다 군불 숯불/ 이리저리 긁어 모아/ 무쇠솥을 올려 놓고/ 곡우작설 숨을 죽여……/ 봉지봉지 담아 놓고/ 아자방에 스님네요/ 한 잔 먹고 깨치소서/ 두 잔 먹고 도통하소/ 석 잔 먹고 신선되소/ 자나깨나 정진하소」 진주산업대학 김기원교수가 지리산에서 채집한 농요의 하나다. 차를 마시면서 도를 닦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문수보살은 부처의 지혜를 나타내는 보살이다. 묘길상으로도 불린다. 보통 푸른 연꽃을 쥐고 사자를 타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되는 문수보살이 손에 잔을 들고 있는 모습은 경주 석굴암 아니고서는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보통 본존불을 가운데 두고 앞에서 보면 본존불 뒤쪽 오른편에 문수보살, 왼편에 보현보살이 서게 된다. 석굴암 본존불을 석가모니로 볼 때는 찻잔을 들고 있는 보살은 문수보살이 되지만 아미타불로 볼 경우에는 대세지 보살이 된다. 문수든 대세지이든 둘 다 지혜를 상징한다.

석굴암 문수상에서 인위적 기교는 찾아 볼 수 없다. 달걀형 얼굴에 탐스런 귀며, 귓밥,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이지적 눈매, 오똑한 콧날, 토실토실한 뺨이며 웃는 듯 마는 듯 엷은 미소가 살짝 비친다. 머리에 쓴 보관은 우리 민족인 동이족을 상징하는 새깃으로 장식한 독특한 기법을 보여주고 있다.

지혜의 화신이 들고 있는 잔이라면 지혜의 잔, 그 잔속에 담긴 것은 지혜라는 마실거리 일 것이다. 잔 속에는 틀림없이 성스런 생명수, 감로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생명수나 성수라면 천선인귀가 애지중지하는 차로 봐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관리국 학예연구관 강순형씨 등 학자들의 시각이다. 더욱이 석굴암을 만들던 통일신라시대, 8세기 중엽이라면 차문화가 꽃을 피우던 시대였다.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잔이 찻잔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주장에 대해 불자들이나 차인들은 신라때 부처에게 차를 올리는 헌다는 필수적 의식이었음을 들어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조선말 대표적 차승인 초의(1786∼1866)스님이 32살때인 6월 어느 날 이곳을 둘러 보고 차향에 젖어 있는 고느적한 풍경을 읊었다.

「주란에는 자단향이 흠씬 배어 있는데/ 유서 깊은 도량안 선정에 든 스님 하나/ 뜨락의 방초들을 모두 베어 내고서/ 한가로이 백불(총채) 잡고 꽃 보며 졸고 있네」

석굴암 위쪽, 토함산 정상부근에서 솟아 나는 석간수는 석굴암 바닥 아래를 지나 석굴암을 오르는 축담밑에 고여 많은 참배객들의 목을 축여 준다. 집안 제사에 쓸 찻물을 뜨기 위해 이 곳을 찾은 최정표씨(경주 성덕여중 역사교사)는 문수보살이 들고 있는 잔에는 감로차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한구석도 우리들의 경배를 받기에 모자람이 없는 석굴암. 이제 차인들은 문수보살 앞에서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민다.<김대성 편집위원>

◎인터뷰/박권흠 차인 연합회장/“커피대신 녹차마셔 달러절약”

「달러를 마시지 말고 녹차를 마시자」

한국차인연합회가 새해 IMF 국난에 대처하는 구호이다. 『한국차인연합회가 커피를 마시지 말고 몸에 좋은 우리 녹차를 마시자고 외쳐 온지 올해로 19년,아직도 정부에게는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이다』는 박권흠 차인연합회장은 작년 한해 우리의 농민을 살찌우는 이 땅에서 생산되는 우리의 녹차는 1,000억원어치를 마신 대신 커피는 2,000억원어치를 수입해 마셨다고 지적했다.

수출 1억달러 정도에 불과했던 60년대에 우리는 달러의 소중함을 뼈아프게 느끼며 살아 왔다고 했다. 월남파병도 따지고 보면 반공이라는 명분과 함께 달러의 소중함때문에 이루어 졌는지도 모른다는 것이 박회장의 생각이다. 지난 83년 국회건설위원장을 맏았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건설현장을 시찰했다. 섭씨 50도의 열사의 땅에서 일하는 사람은 한국사람밖에 없었음을 눈으로 확인을 했다. 핼미트를 쓰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장갑을 끼고 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눈물겨웠다. 달러를 벌기위한 목숨을 건 현장이었다. 그렇게 벌어 모은 달러가 모여 한강의 기적이라는 한국의 경제를 이룩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새 국민소득 1만달러라는 고지에 올라서서 우리는 선진국이라는 환상에 빠지고 말았지 않읍니까』 그 귀한 달러를 흥청망청 탕진하기에 정부 국민 모두가 함께 날뛴 결과가 오늘이라고 했다.

IMF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고 멕시코의 이야기를 멀고도 먼 달나라의 이야기쯤으로 생각했지 않았느냐는 박회장은 『새 정부는 과감하게 우리의 차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녹차를 「국민음료」로 권장하는 운동을 전개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 청소년의 인성교육의 방법으로 차도를 생활화 해야 한다는 차인들의 줄기찬 주장에 정부는 귀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대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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