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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빅딜’/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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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빅딜’/모스크바=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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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재벌 랭킹을 보면 가스나 석유산업, 은행의 존재가 두드러진다.재벌의 규모를 수치로 계량화하기 힘든 러시아적 상황에서 현지 언론은 경제를 움직이는 거대 기업군을 「7대 재벌」로 분류하고 주요기업인을 영향력 순으로 7대, 25대, 50대 기업인으로 나눠 기업의 부침을 추적하는데, 대개 에너지 분야나 은행을 장악한 쪽이 상위그룹을 형성한다. 7대 재벌만 살펴보더라도 4개 재벌이 가스나 석유회사를, 5개 재벌이 은행을 갖고 있다.

재벌 총수의 개인 재산면에서도 7대 재벌은 거의 독보적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0대 부자순위에 따르면 7대재벌에 속하는 로고바즈 그룹의 보리스 베레조프스키회장과 메나테프그룹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회장이 세계 200대 부자대열에 진입했다.

두 회장은 똑같이 거대 석유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재계의 「맞수」라고 할만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사람이 최근 손을 맞잡았다. 로고바즈 그룹의 시브네브티 석유회사와 메나테프그룹의 유코스 석유회사가 19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선언한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거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자국의 석유자원을 빼내가는 서방 석유메이저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단독으로 맞서기는 역부족이니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유코스와 시브네프티가 6대4의 지분으로 「빅딜」을 이뤄 탄생한 「육시」는 규모면에서 로열 더치쉘과 엑슨에 버금가는 세계 3대 석유메이저가 된다. 육시가 개발권을 가진 유전의 석유매장량은 165억배럴로 세계 최대다. 그리고 향후 5년간 90억달러를 유전개발 및 생산에 투자키로 했다.

이 빅딜에 뒤이어 또다른 러시아의 거대 석유기업인 루코일과 시단코가 곧 합병할 것이라는 보도가 흘러나왔다. 그럴 경우, 러시아의 석유산업은 순식간에 2대 초거대기업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이는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 국내업체간의 소모전은 무의미하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시장경제 도입 6년만에. 빅딜은 공멸이 아니라 공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우리의 재벌들이 깨닫는 날은 과연 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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