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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적/이계성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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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적/이계성 주간한국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8.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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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야당 한나라당이 요즘 주장하는 인사청문회를 집권시절에 했다면? 자질없는 각료들을 미리 걸러냈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렇게 참담한 국난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한나라당도 속절없는 야당신세가 되지 않고 여당불패의 신화를 구가하며 집권당의 위치를 당당히 지키고 있을 터이다.

한나라당은 집권 시절 야당이 인사청문회 도입을 요구했을 때 콧방귀조차 뀌지않았다. 그러던 한나라당이 신정부가 정식출범하기도 전에 인사청문회를 다급하게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집권 때는 무엇에 씌여 몰랐지만 야당이 되니 갑자기 「진리」가 보였다는 것일까.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원총회 등 공·사석에서 속내를 말한다. 『JP가 총리로 인준되면 충청 강원 경북지역 일부 의원들의 이탈로 여권 우세지역의 기반 상실이 불보듯 뻔하다』

DJP연대를 그대로 두면 지자제선거에서도 승산이 없고 당내 친 내각제인사들과 생래적으로 야당체질이 아닌 인사들이 JP의 영향권에 빨려들어가 한나라당이 풍비박산날 것이라는 두려움. 그래서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JP를 상처내고 총리인준을 저지해 DJ와 JP간의 틈새를 벌여놓을 필요가 있다. 내가 살기위해 JP라는 외부의 적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한나라당의 위기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비롯된다는데 있다. 163석의 거대야당에는 우와 좌가, 개혁과 수구가 극으로 갈린다. 여당시절에는 풍부한 정치자금과 권력의 우산에 의해 「극」들의 동거가 가능했다. 하지만 정치자금의 거품은 걷혔고 권력의 우산은 접혔다. 이제 무엇이 종으로 횡으로 상충하는 그 「극」들을 한 지붕아래 묶어둘 수 있겠는가. 한나라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위기를 밖으로 돌린다해서 거품 정당구조가 유지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은 극심한 시장압력아래서 재벌이 방만한 문어발구조를 유지하려는 몸부림처럼 무망한 일이다. 뼈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극과 극을 한틀로 꿰는 리더십을 세우기전에는 한나라당에 미래가 보장되기 힘들다.

집권경험을 가진 최초의 야당은 집권경험이 없던 과거의 야당과는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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