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비 폭등·가격폭락·당국 무대책/2∼3개월내 파동우려국제통화기금(IMF) 한파에 농어촌경제가 결딴나고 있다. 2개월째 IMF 한파가 몰아치면서 전국 농어촌은 연료 비료 농약 등의 원료비 상승, 투매와 소비감소에 따른 가격 폭락, 당국의 무대책 등 삼중고속에 파탄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환율상승에 따른 기름값 인상을 견디다 못해 시설재배농가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고 자라다 만 시설채소가 그대로 밭에 버려져 동사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축산농가는 사료비와 연료비 폭등으로 가축사육을 포기, 멀쩡한 가축을 헐값에 투매하거나 굶겨 죽이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축산농가들은 유통업자들의 농간으로 시중 육류가격은 높은데도 산지 가축가격만 끝없이 폭락하자 축산의욕을 상실하고 있다. 어민들도 출어해 봐야 원가는 고사하고 손해만 늘어나 항구에 배를 묶어둔 지 오래고 양식어민들은 사료값을 대지 못해 수천만 마리의 치어를 생매장하고 있다.
농·축·어가의 이같은 파탄은 결국 농·축·수산물 공급부족으로 2∼3개월내에 대파동을 초래하면서 이들 상품의 가격폭등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식료품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처럼 농업과 어업, 그리고 축산업이 걷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지만 정치권이나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대책은 미봉책에 그치는 등 역부족 상태여서 농어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특히 농민들은 정부가 농촌의 붕괴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본격적인 농사철이 시작되는 3월께부터 농사포기에 따른 농가파산사태가 잇따라 농촌은 회생불능상태에 빠질 것이라며 시름에 잠겨 있다.<전국 종합>전국>
◎유가 2배·사료 40∼60% 폭등/축산·양식·시설농가 “동사할판”
농·축·어민들이 가장 심각하게 겪고 있는 어려움은 유가를 포함, 각종 비용 상승이다. 농어업용 면세유값은 2∼2.3배로 껑충 뛰었다. 40∼60% 오른 사료는 현금 없인 구할 수도 없다. 트랙터 경운기 등 농기계류와 농약 비료 하우스용비닐 철재 포장재 등도 20∼45% 인상됐다. 이같은 각종 비용의 급격한 상승으로 곳곳에서 농사포기 출어포기 등의 사태가 잇따르고 가축들의 투매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경북 울진군 기성면 황보리에서 13개동의 시설하우스를 설치, 오이 토마토 수박농사를 지어온 안정렬(42)씨는 지난해말 오이농사를 포기, 40여톤을 동사시켰다. 안씨는 『이대로 가다간 3월이 돼도 벼농사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축산농가의 사업포기도 확산되고 있다. 충남 당진군의 경우 지난해 6월말 6천8백39가구였던 축산농가수가 6개월만에 1천가구 가까이 줄어 지난해말 현재 5천8백69가구로 집계됐다.
「출어를 안해도 손해, 출어하면 더 손해」라는 분위기로 얼어붙은 어촌은 오른 유류비를 댈 수 없어 출어를 포기한 상태다. 양식업계도 고비용에 견디지 못해 폐업직전에 몰렸는데 넙치와 우럭 등의 각종 치어들을 키워 양식업계에 공급해온 전남 여천군내 40여 어류종묘업체들은 최근 1천만마리(시가 70여억원상당)의 치어들을 매장하기도 했다.
농어민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산지 생산량이 줄고 있음에도 투매와 홍수출하, 소비감소로 가격이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깻잎 상추 고추등 시설재배 채소의 경우 공판장 경락가격이 지난해말보다 30∼60% 급락했고 지난해 11월만 해도 마리당 2백10만원 하던 5백㎏짜리 암소값이 1백80만∼1백90만원으로 떨어지는등 소값파동 조짐을 보이고 있다. 축산농민 고만길(44·전남 나주시 노안면)씨는 『사료값은 폭등하는데 우시장의 소 거래가격은 폭락, 양축농가들이 파산 직전에 놓여있다』고 털어놨다.<전국 종합>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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