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카스트로는 모두 만족하고 있다. 「거인들의 충돌」로 묘사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쿠바 방문에 대한 평가이다.21∼25일 닷새간 쿠바를 첫 방문중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쿠바에서의 종교 자유와 정치범의 사면 등 자신의 신념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교황은 낙태허용·주택부족 사태 등 「반가족적」이라고 여기는 쿠바 정부의 정책들을 비판했다. 그는 또한 평소 지론대로 『37년동안 쿠바에 가해진 미국의 경제제재 조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에 개탄스런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교황이 5일동안 아바나와 산타클라라, 카마케이, 산티아고 데 쿠바 등지를 순회하며 가진 7번의 공개 미사는 한마디로 복음을 전파하는 선교 그 자체였다. 59년 공산화한 이래 밀폐됐던 쿠바에 자유의 공기를 불어 넣고 있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도 교황의 방문은 더없이 귀중한 선물이었다. 그는 교황의 방문을 통해 심각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외국의 투자를 끌어 들일 결정적인 호기를 맞았다. 89년 소련 붕괴로 후원자를 잃은 그가 『교황의 방문은 쿠바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세계의 음모를 깨뜨린 것』이라고 말한데서 잘 드러난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 교황은 쿠바에서 복음을 전파하고, 카스트로는 교황을 불러들여 국가 재건의 길에 나선 것이다. 두 거인 가운데 누가 최후의 승자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권대익 기자>권대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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