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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런사람 이에요”/실직시대·정권교체기 명함대신 이력서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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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이런사람 이에요”/실직시대·정권교체기 명함대신 이력서 유행

입력
1998.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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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기를 앞두고 공직사회에 줄대기 풍조가 만연한 가운데 최근 명함대신 이력서를 주고받는 새 풍속도가 생겼다. 연줄로 자리를 지켜오던 공직자들이 정부내 고위직에 새 인물이 대거 입성할 것으로 예상되자 자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경제부처 고위공무원 K씨는 요즘 꼼꼼하게 작성해 복사한 이력서 10여통을 양복 안주머니에 항상 넣고 다닌다. K씨가 간편한 명함을 버리고 거추장스러운 이력서를 갖고 다니는 이유는 간단하다. 명함은 받은 사람이 버리기 쉽고 기재내용도 극히 제한돼 자신을 알리기에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K씨의 돌출행동을 비웃던 주변동료들도 최근에는 명함대신 이력서를 넣고 다닌다. 동료 L씨는 『요즘같이 「자기 알리기」가 필요한 시기에 더 이상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며 『외환업무 경력은 특히 강조한다』고 말했다.

IMF한파로 실직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경력을 장황하게 나열한 「이력서형 명함」이 유행이다. 지난 연말 대기업 임원직에서 해고돼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C씨는 『처음 인사하는 사람에게 현직만을 표기한 명함을 건네려면 솔직히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해 이력서형 명함을 갖고 다니는 속뜻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력서형 명함은 사실 연예계가 원조다. 무명 신인들이 매스컴을 타기 위해 자세한 개인신상은 기본이고 경력·특기, 신체사이즈에다 정면·측면얼굴사진까지 붙인 신상명세서를 갖고 다니고 있다.

50년만의 정권교체는 명함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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