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박힌 눈으로 동트는 지평선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일어나 또 가자…> 5공 때 황지우가 당국의 수배를 피해 다니며 쓴 연작시 「나는 너다」는 이렇게 시작된다. ◆경제파탄을 겪고 있는 지금, 이 시의 새 날을 향한 간절한 염원은 또다른 상징처럼 읽힌다. 정부와 금융기관, 대기업이 가져온 현 위기의 책임을 희석시킬 의도는 없지만, 「나는 너다」라는 제목 역시 누구도 난국을 초래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우광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최근 펴낸 한 저서는 문화계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고 있다. 공연기획자가 외국 유명연주자 초청을 선호하고, 음반과 오디오 시장도 외국 상표가 내수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음악산업의 역조현상이 어느 분야보다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 문화비평가 그룹도 최근 IMF시대 극복을 위한 긴급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덕규 시인은 세미나에서 『문인이 고고해지려 하기 보다는 문학을 죽여 이웃으로부터 사랑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용계에서는 매년 1천8백명의 대학졸업생 중 3분의 1만 무용활동을 한다고 지적됐다. ◆미술·연극·영화계까지 참여한 이 세미나에서 나온 한결같은 목소리는 문화계에 외화낭비적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의 「문민정부」아래서 홀대를 받아 왔다고 생각하는 문화인들은 1%를 문화예산으로 약속한 새 정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문화인들이 거품을 걷어내고 문화역조를 개선할 국가적 차원의 문화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새벽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