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장관들이 중요한가 비서 등 보좌진이 중요한가는 대통령제가 존속하는 한 끊임없이 제기될 문제이다. 이론상 대통령의 정책결정은 내각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하지만 현실에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김영삼 대통령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충남씨가 얼마전 한 신문에 김대통령의 비서정치를 비판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94년에 장관들의 보고를 6번, 95년에는 4번 밖에 받지 않았다』며 『김대통령은 장관들과 일했다기 보다는 비서관들과 일했다는 인상이 짙다』고 말했다.
이에 청와대는 『김대통령은 94년에 246번, 95년은 183번이나 개별 장관들의 업무보고를 들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 공식일정표에 장관 면담은 적히지 않는 것을 모르는 김씨가 사실 확인도 없이 무책임한 주장을 폈다는 것이다.
경위야 어떻든 김대통령의 정책결정 스타일을 둘러싼 논란이 빚어진 것은 청와대 보좌진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일반적 거부감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대통령과 백악관도 늘 논쟁에 휩싸인다. 최근 수십년 동안 미국 대통령 치고 내각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으나 결국 백악관 보좌진에 주요 정책결정을 의존하고 말았다. 모든 대통령이 취임후 정례 내각회의를 주재하거나 장관들을 수시로 만나 토론을 벌이고 정보와 조언을 구하려 했다. 그러나 이들은 얼마 못가 비현실성을 깨달았다고 한다.
이유는 세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비밀주의이다. 많은 정책사안들이 보안을 요하기 때문에 장관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공개토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장관에 대한 신뢰 문제. 보좌진들과는 달리 장관은 정치적 고려 등으로 인해 대통령도 잘 알지 못하는 인물을 임명하기 때문에 그들의 충성심을 의심한다. 셋째는 장관들 스스로 정치적 이해, 이익집단과의 관계 등으로 인해 공정성을 잃거나 대통령의 권위에 눌려 바른 말을 못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새 정부는 어떠할까.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장관직을 자민련에 국민회의와 균등하게 배분해야 한다. 또 정파,지역에 관계없이 두루 인재를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과 내각 사이에 미묘한 한계선이 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 경우 청와대는 다시 한번 여론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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