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드디어 한일어업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외교관례를 무시한 오만한 조치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정권교체기에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단행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어쩌다 한일관계가 이처럼 뒤틀어지고, 일본이 이처럼 부도덕하게 힘을 앞세우는 나라가 됐는지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하시모토(교본룡태랑)정권이 협정파기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국내의 어려움을 밖으로 돌리려는 비열한 계산이 숨어 있다. 하시모토 총리는 정치적 기반이 약한데다 경제불황과 행정개혁실패 등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한일관계를 이용해 뛰어넘으려는 속셈이다. 이는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던 협상을 갑자기 뒤엎은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어업협정을 파기해도 1년간 유효하므로 이동안 협상을 하면 된다는 명분을 내걸 수도 있다. 그러나 협정을 파기하지 않고 협상을 계속하는 것과 파기하고 하는 것과는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협정을 파기한 것은 우호적인 분위기보다는 한국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이용해 협상을 위압적으로 이끌겠다는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뜻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같은 강압적인 태도는 오히려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하시모토정권이 들어선 지난 2년동안 한일관계는 오히려 퇴보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보수세력을 등에 없고 전후처리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부족해 이번엔 어업협정까지 파기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 확실하다. 한국정부도 어업자율규제 철폐 등 강경대응할 것이고 한국국민들의 반일 감정도 높아질 것이 뻔하다. 일본이 힘의 논리로 어업협정을 개정하려 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이다. 그럴 경우 모든 책임은 일본이 져야 한다.
일본은 이번 사태에 대해 정중한 사과와 함께 협정파기를 철회하고 나포한 어선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 그런 후 오만함과 이기심을 버리고 협정개정을 위한 대화의 마당에 나서야 한다. 현재와 같은 자세라면 어업협정을 개정한다고 해서 필요하면 또 파기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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