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퇴진공세 무마… 한국 부담도 계산일본 정부가 한국민의 감정을 자극, 앞으로 양국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어업협정의 일방적 종료(파기) 통고를 택한 것은 우선 정부·여당의 내부 사정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시마무라 요시노부(도촌의신) 농수산장관은 23일 「일본 연안의 어자원 황폐화와 여당의 압력」을 들면서 「조속한 새 협정 체결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본 어민들은 그동안 연안 어종의 고갈이 주로 한국 어선의 남획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조속한 협정개정 압력을 넣어 왔다. 특히 96년 일본정부가 어획가능량(TAC) 제도를 도입해 일본 어민을 규제하고 지난해말 중국과의 협정 개정으로 중국어선에 대해서도 규제를 시작하면서 일본 어민들은 「특수 지위」를 누리는 한국어선에 대한 반감을 증폭시켜 왔다. 또 어민들의 이런 불만을 대변하는 정치인들은 이를 빌미로 은근히 「현내각 퇴진」 주장을 펴 왔다. 사토 고코(좌등효행)의원 등 「하시모토 이후」를 노리는 자민당내 비판세력은 95년 3월부터 『1년 이내에 교섭을 끝내라』는 식의 주문을 반복해 왔다. 경제 불안과 결합돼 정치권에서 「3월 위기설」이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내각으로서는 여력이 없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이번 조치로 「1년 이내」라는 기한이 정해지는 것이 교섭 타결을 앞당길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품고 있다. 이런 기대는 「무협정 상태」에 대한 한국측의 부담을 고려한 것이다. 앞으로 1년안에 새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양국은 유엔해양법조약에 따라 각자 200해리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관할권을 행사하게 되는데 그 경우 한국 어민의 타격이 일본쪽보다 훨씬 크리라는 계산이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이날 『한국측이 한치라도 더 「예외 수역」을 확보하려고 한 반면 일본측은 한치라도 더 유엔해양법조약 적용 대상에 넣으려고 했던 것이 전체적인 교섭의 흐름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가 한국의 새정부 출범 직전에, 그것도 경제위기에 흔들리고 있는 공교로운 시점에 취해지는 데 대한 한국측의 대응에 대해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경제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국민감정이 반일흐름을 탈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한국의 특수상황과 연결시키려는 의도는 추호도 없었다』고 강조했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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