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방송사들이 새해 들어 개혁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개혁의 큰 방향은 방송시간을 줄이고 건강한 프로그램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TV 3사는 지난 5일부터 낮방송 시간을 두 시간씩 단축한데 이어, 21일에는 KBS와 SBS가 다시 『2월부터 심야 프로를 한 시간씩 줄여 자정까지만 방영한다』고 발표했다. KBS와 SBS의 발표에는 호화사치 풍조를 조장하는 주범으로 지탄을 받아 온 드라마와 10대 취향의 쇼 등을 다수 폐지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KBS는 『이번 개편의 핵심은 KBS 전 채널을 완전 공영화하는 것』이라고 밝히면서 상업적 프로를 대신하여 교양물과 건전한 가족프로들을 내보낼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방송사의 전례없는 개혁이 지금의 국가경제사정과 사회 분위기를 고려한 자율적 개혁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구조조정에서 출발한 이번 개혁은 이제까지 비난받아 온 프로들을 폐지하는 차원에서 크게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방송 3사는 이번 개혁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소극적 성격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우리 TV는 이제 좀더 대중을 사회경제적 사유로 유도할 수 있는 프로를 제작방영해야 한다. 지난 주말 방영됐던 「생방송 심야토론―노사정 대토론」과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국민과의 대화」등 두 프로가 전례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경제난국이어서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겠지만, 우리 시청자들은 이제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의 프로에도 채널을 고정시킬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신기루 같은 허황한 내용의 트렌드 드라마가 주던 일시적 시청률의 유혹에도 빠져서는 안된다. 드라마라도 내용이 탄탄하고 많은 계층이 미래지향적인 꿈을 읽을 수 있는 소재라면 사랑을 받는다. 지금 건강한 내용의 드라마 「정 때문에」와 「그대 그리고 나」등이 40% 이상의 시청률을 누리고 있는 점, 96년 「바람은 불어도」등을 인도네시아에 수출한 일 등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KBS는 시청률을 의식하여 진부한 비화나 소시민적인 흥미등에 집착하지 말고, 영국의 BBC나 일본의 NHK등 공영방송처럼 과감히 평생교육프로나 교양·직업관련 프로에 좀더 비중을 두어 사회를 유익하고 건강하게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개혁이 최초의 정권교체기에 즈음해 진행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새 정권을 의식한 방송사 경영자들의 재빠른 변신이 아닌가 하는 시각이다. 우리 TV프로들은 아직도 개혁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개혁은 일시적인 변신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과정의 하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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