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무차관 등 ‘역사바로잡기’/NYT기고·워커 전 대사에도 알려전두환 전 대통령이 로널드 레이건 전 미대통령 취임후 처음으로 미국을 국빈방문한 외국지도자였다는 것은 그동안 역사적 사실로 굳어져왔다.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는 미국이 정통성을 인정했다며 「최초로(First)」, 「국빈방문(State Visit)」 등을 강조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반면 학생 등 재야 세력은 입버릇처럼 인권을 강조해 온 미국이 그처럼 쿠데타 정권을 빨리 인정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분개했다. 80년대 캠퍼스를 휩쓴 반미 물결도 레이건 행정부의 전두환 전 대통령 초청과 무관하지 않았다. 미국 조야에서도 군사정권을 비난해 온 인권단체의 거센 저항을 낳았다.
이 문제는 리처드 워커 전 주한 미 대사가 한국일보에 연재중인 회고록 「한국의 추억」에서 『전두환은 김대중의 감형을 조건으로 레이건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97년 7월28일자)고 밝힘으로써 새삼 주목을 끌었다. 정상 회담을 둘러싸고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막연히 떠돌던 세간의 궁금증이 풀린 것이다. 워커 전대사도 전 전 대통령이 레이건의 최초 초청자였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마이클 아마코스트 전 국무차관 등이 지난해 12월24일자 뉴욕 타임스 에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역사 바로잡기」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전개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방미를 추진했던 리처드 앨런 전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우선 워커 전대사에게 진상을 설명했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이 최초의 국빈방문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고 자신이 「고의로(By Design)」 그리고 직접 자메이카 총리의 방미를 먼저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국빈만찬 대신 오찬으로 대신했으며 국빈방문이 아님을 명백히 전하기 위해 「관례에서 벗어나」 전 전 대통령의 일정까지 신군부측에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워커 전 대사에게 미국인들에게도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 게 현명할 것 같다고 얘기한 뒤 뉴욕 타임스에 기고문을 보냈다. 워커 전 대사도 『사실을 사실대로 세상에 알렸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한국일보에 전해왔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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