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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속 소수 목소리/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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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론’속 소수 목소리/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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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회복되고 엔화도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일본의 경제위기론은 수그러들지 않는다.신문들은 연일 전문가들을 동원해 「기로에 선 일본경제」를 이야기한다. 70조엔의 부실채권을 안고 있는 금융기관의 불안정, 그에 따른 중소기업 자금난, 고용불안, 소비심리 위축 등이 빠지지 않는다. 한국 등 아시아지역의 경제위기에 따른 디플레이션 파급효과도 거론되기 시작했다.

이같은 「경제 위기」에 대한 일본 정부의 대책은 어느정도 가닥이 잡혔다. 30조엔을 투입해 금융시스템을 안정시키고 소비 촉진을 위해 2조엔의 소득세 를 감면한다는 것 등이다. 국회의 세력분포로 보아 정부 방안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야당과 재계는 이 정도 대책으로는 부족하니 추가대책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정부·여당이 이를 적극 수용할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을 짓누르던 불안이 조금씩 해소되고 있다.

그러나 증시와 외환시장의 안정이 기대감에서 나온 일종의 「거품」이어서 실제 대책이 기대에 못미칠 경우 거꾸로 싸늘하게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여전하다. 일본 전체가 입을 모아 추가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불안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서 전혀 다른 목소리도 들린다. 『과거 은행의 콧대가 너무 높아 대기업들이 등을 돌리고 채권시장 등에서 직접 자금을 조달했다. 그러자 은행은 부동산업체와 건설업체에 경쟁적으로 돈을 내주어 거품을 만들었다. 거품이 꺼지면서 대량의 부실채권을 안은 것은 자업자득이다. 이제 와서 국민 부담으로 30조엔을 들여 은행을 살리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원칙론자들의 이런 주장은 아직 여유가 있다 보니 나오는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당장 빚을 내서 빚을 갚고, 하루라도 더 외채상환을 연장하지 않으면 국가부도 사태를 맞아야 하는 처지에서 보자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민간기업의 채무를 정부가 떠맡아서라도 연장하려고 애쓰는 우리의 모습이 안쓰러운 게 사실이지만 위기를 이유로 모든 원칙이 사라져 가는 꼴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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