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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편 뒤늦은 호들갑/김희원 문화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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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개편 뒤늦은 호들갑/김희원 문화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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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 방송가의 홍보내용은 국제통화기금(IMF)한파의 위력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보도의뢰 자료가 특정 프로그램을 없앤다, 방송시간을 줄인다, 기구와 인원을 감축한다는 온통 축소지향적인 내용이기 때문이다. 21일 KBS와 SBS는 일부 프로그램 폐지와 심야방송 축소를 발표하면서 몇몇 자사 프로그램에 대해 「무의미하고 비생산적인」 「요란한 조명과 의상, 괴성」 등의 수식어를 달았다. 불과 서너달 전만해도 사세위축이라며 쉬쉬할 내용을 도리어 『눈에 잘 띄게 실어달라』고 부탁까지 한다.TV가 우리사회의 과소비와 사치풍조 조장에 앞장서왔다는 비판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방송사의 이런 변화가 10대취향의 오락프로와 선정적이고 호화스런 드라마에 경도된 제작방향을 바로잡고 대중문화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된다면 환영할만하다. 오락프로에 대한 비판여론과 공영방송 위상문제는 기회 있을 때마다 반복돼왔다. 경제가 좋다고 해서 사치성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IMF체제라 해서 저질프로의 유해정도가 갑자기 심해지는 것도 아니다. 심하게 말해 『그동안 몰라서 못했나』라는 얘기다.

결국 이 「거꾸로 가는 홍보」는 새 정권에 대한 눈치보기의 일환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편성개혁조치는 방송사마다 최고 책임자가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후문이 그런 심증을 뒷받침해준다. 또 KBS1과 SBS 두 채널이 밤 12시대 방송을 없애기로 한 것은 올들어 광고판매율이 절반 수준으로 급락한데서 나온 고육책이라는 점도 없지 않다. SBS는 광고가 적은 시간대를 아예 없애고 KBS1은 시청자의 호응이 높은 프로그램들을 2TV로 옮김으로써 광고수익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이렇듯 마녀사냥식 개편으로 청소년대상 프로그램은 전멸의 위기에 놓여 있다. 더 나아가 아예 TV에서 10대를 추방시킬 태세다. 정작 시청률경쟁에서 벗어나려는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속죄양처럼 폐지한 프로들은 언제라도 부활하게 마련이다. 일련의 개혁조치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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