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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 ‘구원이의 새해 소원’(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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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다큐 ‘구원이의 새해 소원’(TV평)

입력
1998.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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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딛고선 천진함 생의 진정한 의미 전달 절제의 미학 돋보여요즘의 TV는 웃음과 유머가 넘친다. 그리고 가끔씩 눈물을 쏟게 한다. 그러나 눈물을 꾹 참게 하는 것은 드물다. 게다가 생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를 되새기게끔 한다면 더할 나위가 있을까.

15일 방영된 MBC 「다큐스페셜­구원이의 새해 소원」(민현기 연출)은 팔 다리 없이 태어난 구원이(9)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것을 가능케 했다. 돋보이는 절제력의 결실이다.

몸통만으로 살아가는 구원이 자체가 눈물샘이었지만 카메라는 정상이 아닌 신체나 계단을 오르내리는 곤란 따위를 피해갔다. 대신 종종 카메라를 향해 「아저씨」하고 부르는 구원이의 천진한 모습을 숨김없이 포착, 더 큰 의미를 전달했다. 나와 다르게 생겼어도 똑같이 꿈과 소망을 품고 살아가는 아이가 있다, 그는 인간으로서 존중과 도움이 필요하다.

1년 전 MBC 다큐팀이 처음으로 구원이의 생활을 담아 방영했을 때만 해도 그는 감기가 잦아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손가락이 없어 셈하기를 가장 어려워했다. 살아 있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1년만에 다시 만난 구원이에겐 뿌듯함이 느껴졌다. 그는 다리 없이도 축구를 즐겼다. 동네 형들과 경쟁하고 부러워하고 자랑하며 개구쟁이로 크고 있었다. 일주일에 두번씩 방문하는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셈과 읽기, 쓰기를 배우고 있는데 학습능력은 3∼6학년 수준으로 조숙한 편이다. 물론 두살짜리 여동생 신덕이가 파리채를 들고 때리며 괴롭힐 때는 책상 밑으로 들어가 있는 수밖에 없지만.

또 신덕이 성덕이 등 구원이의 병약한 동생들이 줄줄이 있음에도 기형으로 태어난 은총이를 또 데리고 와 키우는 신부의 모습은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 무엇이지를 말없는 웅변으로 보여주었다.

분에 넘치는 욕망과 정도를 벗어난 생활이 가득한 사회. 다른 세상에서 구원받으라고 이름지은 구원이의 삶은 이렇게 혼탁한 사회를 도리어 구원하는 듯했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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